[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포스코 노동조합이 회사의 추가 임금협상 제시안을 거부하면서 회사는 창사 56년 만의 첫 파업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철강 업황 악화로 45년 동안 가동해 온 공장마저 폐쇄하는 상황에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회사 경영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제1노조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지난달 29일 진행한 12차 본교섭에서 회사가 추가로 전달한 임금협상 제시안에 퇴짜를 놨다. 노사는 지난 6월 말 상견례 이후 총 12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 포스코노동조합이 지난해 9월 6일 오후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
노조는 △기본임금 8.3% 인상 △복지사업기금 200억원 조성 △자사주 25주 지급 △격려금 300% 지급 △학자금 지원 상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추가 제시안에서 기존 제시안 대비 2만원 높인 △기본급 10만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 지급 △복리후생 포인트 21만원 신설 △노조 복지기금 15억원 출연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충분치 않단 입장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5일 조합원 대상 투표에서 72.25%의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파업권을 확보한 노조는 이달 2일 경북 포항, 3일 전남 광양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며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다만 노조는 당장 파업에 돌입하겠단 입장은 아니다. 파업은 쟁의 행위의 최종 수단인 만큼 회사 측과 협상을 이어 나가되 추이에 따라 단계별 쟁의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철강업계와 지역사회는 유례없는 포스코의 첫 파업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낸다. 철강은 자동차 강판과 조선 후판 등 기초 소재로 쓰이는 전방산업인 만큼 파업 시 제조업 전반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국내 철강산업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노조 파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업황 악화로 문을 닫은 공장까지 등장했다. 포스코는 45년 넘게 가동해 온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지난달 19일 폐쇄했다. 이 공장은 1979년 2월 28일 가동을 시작해 두 차례 합리화를 거쳐 지난 45년 9개월간 누적 2800만톤(t)의 선재 제품을 생산해 왔으나 최근 중국 등 해외 저가 철강재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전격 폐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