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수박’ 발언을 한 총선 출마 예정자들에 대한 윤리감찰을 지시하며 ‘비명(非이재명)계’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런 가운데 그간 당원 청원을 등에 업고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직을 고집했던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12일 이를 포기하기로 했다. 정 최고위원은 친명계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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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를 마친 뒤 상임위원장직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제가 다시 상임위원장을 요구하거나 맡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 상임위원장의 유권자는 국회의원들”이라며 “저는 오늘 유권자인 국회의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인정하고 승복한다. 성원해 주신 당원들께는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앞서 정 최고위원은 그간 자신의 자리로 내정돼 있던 행안위원장 직을 거듭 요구하며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지도부를 압박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6일 “제 행안위원장 문제는 박광온 원내대표가 약속을 못 지킨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힐난했다. 자신의 SNS에도 “(박광온) 원내대표 말을 철석같이 믿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사임서를 제출했는데, 그 이후 나를 손발 묶고 공격했다”며 “완전 속았다. 괘씸하다”고 몰아붙였다.
이랬던 정 최고위원이 상임위원장직 요구를 철회한 데에는 당 내홍을 수습해야 한다는 친명계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명계는 ‘천안함 자폭설’ 등으로 9시간 만에 사퇴한 이래경 혁신위원장 인선을 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며 사퇴를 요구해왔다. 여기에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양소영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다양성을 훼손하고 당내 분열을 추동하는 형태를 단호하게 끊어내는데 힘써주길 바란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이 대표는 비명계를 ‘수박’으로 지칭하는 총선 출마 예정자들에게 윤리감찰을 지시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을 뜻하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를 지칭하는 용어다.
이같은 당 지도부의 결정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거액 코인 투자 논란으로 리스크 관리 부실이 지적된 데 이어 ‘반나절 혁신위원장’ 사태로 이 대표 사퇴론까지 제기되자 비명계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정 최고위원의 상임위원장직 포기로 일단은 교통정리가 된 모양새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향후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하면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은 재점화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