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두려워 말라"…대선 급한 트럼프 감염 상태서 퇴원 강행

참모진 만류에도 퇴원 강행한 트럼프
"정말 상태 좋아…코로나 두려워 말라"
"선거전 곧 돌아온다"…막판 추격 의지
일각서 트럼프 백악관行 적절성 논란
매커내니 등 확진자 쏟아지는 백악관
의료진 "코로나 치료법은 미지의 영역"
  • 등록 2020-10-06 오후 2:35:28

    수정 2020-10-07 오전 12:12:2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있던 월터 리드 군병원 건물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코로나19 확진 후 치료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퇴원했다. 입원 후 사흘 만에 백악관에 복귀한 것으로 예상보다 빨랐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선이 시급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백악관 복귀가 곧 코로나19 완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대통령 의료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으며, 특히 그 치료법은 ‘미지의 영역(uncharted territory)’에 있다. ‘백악관의 입’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 등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백악관은 최근 코로나19 ‘핫스팟’으로 부상한 상태다.

참모진 만류에도 퇴원 강행한 트럼프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40분께 짙은색 양복에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흰색 마스크를 쓴 채 입원해 있는 군 병원 밖으로 나왔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고, 그외에 별다른 답은 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주먹을 쥐거나 손을 흔들었다. 그는 대기하고 있던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백악관으로 향했고, 오후 6시55분께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2층 발코니에서 마스크를 벗고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돌아오자마자 또 트윗을 올렸다. 그는 1분26초 분량의 영상에서 “20년 전보다 더 몸 상태가 좋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그것(바이러스)을 두려워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복귀 후 코로나19 치료와 함께 업무를 병행할 계획이다.

만 74세의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퇴원은 당초 전망보다 빨랐다는 평가다. 대선이 채 한 달도 채 남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발 직전 올린 트윗에서 “조만간 선거 캠페인에 돌아올 것”이라며 막판 추격의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또 “가짜 뉴스는 오직 가짜 여론조사만 보여준다”고 썼다. 확진 판정 이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크게는 10%포인트 이상 여론조사상 지지율 차이가 나고 있는데, 이를 믿지 말라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퇴원은 전담 의료진의 동의아래 이뤄졌다. 주치의 숀 콘리 박사는 퇴원 직전 기자회견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대통령의 상태가 계속 호전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참모진이 퇴원을 만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참모진이 이날 오전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퇴원하지 말라고 촉구했다”며 “참모진은 상태가 다시 악화해 또 입원할 경우 건강은 물론 선거전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오는 15일 2차 TV 토론에 참여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자신의 건재를 알리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판세라면서도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위해서는 한 달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태운 전용 헬기 ‘마린원’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이동하기 위해 월터 리드 군병원을 이륙하자 그의 지지자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핫스팟 백악관…업무 복귀 적절성 논란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행(行)을 강행하는 게 적절한지 의구심이 이어지고 있다. 그가 74세로 나이가 많은 데다 평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점뿐만 아니다. 그보다 백악관이 코로나19 핫스팟으로 떠올랐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크다. 주요 외신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 후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이날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알렸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자가격리에 들어갈 것”이라며 “원격 방식으로 계속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현재 아무런 증세를 겪지 않고 있다”고 했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호프 힉스 백악관 보좌관이 확진 판정을 받기 전인 지난 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했다. 브리핑 몇 시간 후인 2일 새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확진 사실을 알렸다. 이어 매커내니 대변인마저 감염 판정을 받은 것이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 대변인실에서 근무하는 직원 두 명 역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힉스 보좌관 외에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식도 또다른 백악관발(發) 감염 경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후보자 지명식 행사 이후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전 선임고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톰 틸리스 상원의원, 마이크 리 상원의원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줄이 나왔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CNN에 나와 “로즈가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추적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달 15일(이하 현지시간) 필라델피아주에서 타운홀 미팅을 하기 위해 백악관을 출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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