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부산을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부마민주항쟁 41주년 기념식 참석을 이유로 부산을 찾았지만 내년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텃밭 사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16일 부산시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41주년 국가기념식에 참석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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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부산대 ‘넉넉한 터’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했다. 부마항쟁은 4.19 혁명, 5.18 항쟁, 6월 민주항쟁과 함께 4대 민주항쟁으로 분류되지만 지난해에 들어서야 기념일로 지정됐다. 지난해 행사에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행사에 참석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5·18 모역을 찾은 데 이어 부마민주화항쟁 기념식을 찾으며 중도외연 확장 전략을 밀고 있다. 그는 정강정책을 개정하면서 ‘2·28 대구 민주운동, 3·8 대전 민주의거, 3·15 의거, 4.19 혁명,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항쟁 등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간다’는 문구를 포함해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념식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 3∼4선하고 이제 재미가 없으니 시장이나 해볼까 하는 느낌을 받는다”며 “큰 설계로 부산발전의 미래를 그리는 인물이 없다. 아직 적격자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만들 경선 룰은 시민의 여론을 적극 반영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부산 방문은 내년 4월 부산시장 보선 선거를 앞두고 이뤄져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문제로 낙마해 국민의힘에 유리한 선거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 또한 읽히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도 이런 위기 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1명(신뢰도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8%)를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24%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32%로 나왔다. 양당의 격차는 6%p에 달한다.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밖에서 민주당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무당층이다. 무당층 응답자는 31%다. 이 중 중도층 비중은 32%를 차지했다. 중도층의 표심에 따라 내년 재보선의 판도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민주화운동 계승의지를 밝히고 기본소득, 기업규제 3법 등 진보 어젠다를 주장하는 이유도 중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란 해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