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극한기상 대비 ‘물그릇’ 확보 추진…환경단체는 ‘반대’(종합)

14년 만에 댐 추진…다목적 3곳·용수전용 4곳·홍수조절 7곳
경기 연천·강원 양구 등 9곳 신규…220만명 시민 사용 가능
국가전략사업 등 새 수요 대응…중소 댐 2027년 착공
주민들 동의 중요…환경문제에 지자체 반응 엇갈려
  • 등록 2024-07-30 오후 5:03:52

    수정 2024-07-30 오후 7:25:35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정부가 극한 홍수나 가뭄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댐을 건설해 ‘물그릇’을 키우기로 했다. 폭우는 물론 가뭄피해를 예방하는 동시에 국가전략산업에 필요한 공업용수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예산 확보 문제가 남아 있는데다 환경단체들이 환경오염 등을 문제 삼아 일제히 반대입장을 표하면서 기후위기댐 건설 사업이 초반부터 난관에 봉착한 모습이다.

김완섭(가운데) 환경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 안에 대한 첫 번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현재 물그릇만으론 물 수요 감당 어려워”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후위기가 현실화되고 있음에도, 근원적인 대응을 위한 다목적댐 건설은 지난 2010년 착공된 보현산댐 이후로 14년간 단 한 곳도 새롭게 추진되지 못했다”며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그릇만으로는 극한 가뭄과 장래 늘어나는 물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댐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3년간 극한호우 등으로 인한 피해액은 1조 6000억원이 넘고, 85명의 안타까운 생명이 희생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경기 연천, 강원 양구 등 14개 기후대응댐 후보지를 발표했다. 용도별로는 다목적댐 3곳, 용수전용댐 4곳, 홍수조절댐 7곳이다. 권역별로는 한강권역 4곳, 낙동강권역 6곳, 금강권역 1곳이다.

먼저 다목적댐 후보지에는 한강권역 경기 연천 아미천(총저수용량 4500만㎡), 강원 양구 수입천(1억㎡)과 금강권역 충남 청양 지천(5900만㎡)이 선정됐다. 용수전용댐 후보지는 한강권역의 강원 삼척 산기천(100만㎡)과 충북 단양 단양천(2600만㎡), 낙동강권역의 경북 청도 운문천(660만㎡), 섬진강권역 전남 화순 동복천(3100만㎡)이다.

홍수조절용댐은 낙동강권역 경북 김천 감천(1600만㎡)·경북 예천 용두천(160만㎡)·경남 거제 고현천(80만㎡)·경남 의령 가례천(490만㎡)·울산 울주 회야강(2200만㎡)과 섬진강권역 전남 순천 옥천(230만㎡), 영산강권역 전남 강진 병영천(190만㎡)이 후보지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고현천, 가례천, 회야강, 옥천, 병영천은 기존 댐을 재개발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9곳은 신규 건설하는 댐이다.

김완섭 장관은 “기후대응댐을 통해 댐별로 한 번에 80~220㎜의 강우가 오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홍수방어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대응댐을 통해 새롭게 공급되는 물은 연간 2억5000만 톤(t) 수준이다. 이는 220만명의 시민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환경부는 이를 활용해 극한 가뭄과 국가 전략산업 등 새로운 물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다음 달부터 지역 설명회,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에게 궁금한 점과 우려 사항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소통해 나가면서 관계기관과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칠 방침이다.

협의가 마무리되면 ‘수자원의 조사·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에 따른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댐 후보지를 반영하고 댐별로 기본구상,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 등의 후속 절차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댐의 위치, 규모, 용도 등이 확정된다. 중소 규모 댐의 경우 예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2027년에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14곳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예산·보상·환경오염’ 난관 넘어야

이번 후보지 발표로 댐 건설 추진에 첫발을 뗐지만, 착공까지 거쳐야 할 관문이 몇 가지 남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주민 동의다. 댐 건설로 수몰되거나 다른 지역과 단절되는 지역에 대한 적절한 지원책이 없다면 주민 반대로 무산될 수 있다. 현재도 법에 따라 28개 댐 주변 59개 지자체에 지원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원 규모가 댐 때문에 입은 피해의 5%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표 직후 지자체 반응은 엇갈렸다. 댐 건설을 신청했던 삼척시의 경우 산기천이 후보지에 오르자 지지하고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힌 반면, 이번 후보지 중 최대 규모의 다목적댐(수입천) 건설이 발표된 양구군은 주민 피해와 희귀 동식물 서식지 수몰 위기를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댐 건설비와 댐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도 있다. 댐을 건설할 때 온실가스가 대량 배출되고 댐 건설로 물이 고이면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메탄이 많이 배출될 수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큰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이에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환경부 발표 직후 일제히 반대성명을 냈다. 녹색연합은 발표 직후 규탄 성명을 내고 “댐 건설로 인한 생태 파괴와 환경 파괴, 그리고 지역공동체 훼손의 정도도 가늠하고 있지 않다”며 “댐이 들어서면 해당 지역의 서식지는 완전히 파괴되며 당연히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하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해 장기적으로 자연환경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신규 댐 건설에 대해 “관성적 토건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환경부의 기후문맹적 발상이다. 최근 발생한 대부분의 수해 피해 사례는 제방의 관리 부실과 과도한 하천 공간 활용, 내수 배제 불량이 원인이었다”며 “제방 정비, 반지하 등 홍수 취약지 주거 개선, 습지와 같은 홍수터 복원과 더불어 수·재해 시 경보체계 개선 등 비구조적 대책에 집중하는 홍수 대응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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