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CJ법학관에서 열린 제14회 한국법률가대회에서 ‘법률행위·채무불이행에 관한 민법 개정 작업 보고’ 발표에 나서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민법개정위원회 기초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번 개정안 작업에 참여한 김 교수는 △확립된 해석을 배경으로 하는 개정 △새로운 시각을 도입하는 개정 △담보책임의 계약책임화 등 크게 3가지 방향에서 개정이 검토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연내 국회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60여년만의 대개정인 만큼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전날 축사를 통해 “법무부는 우리 민법에 사회경제적 변화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반영하고자 ‘미래번영을 위한 민법 개정’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립된 해석 법제화, 새 제도 도입, 담보책임 체계 개편
이번 개정안의 첫번째 줄기는 그동안 판례와 학설로 확립된 해석을 법제화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의사표시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의사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문화하고, 법률행위 해석에서 당사자의 공통된 의사가 있으면 표시와 달리 해석할 수 있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또한 자기계약·쌍방대리인 경우에도 본인의 이익에 반하지 않으면 유효하다는 판례 법리를 반영했다. 외화채권에서 채권자도 급부대용권을 가진다는 점도 명문화했다.
뿐만 아니라 담보책임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종래 독자적 체계로 운영되던 담보책임을 일반 채무불이행 책임으로 통합하고, 하자의 정의 규정을 신설했다. 매수인의 구제수단으로 추완청구권(하자보수청구권)을 도입하고 대금감액청구권의 적용범위를 확대했다. 또한 물건의 하자에 대해서만 권리행사기간을 제한하도록 개선했다.
“일부 포괄적 내용, 소송대리인 남용 우려”
토론자들은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몇 가지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했다.
박진수(사법연수원 30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장은 부당위압 제도와 관련해 “‘심리적 의존 상태’, ‘긴밀한 신뢰관계’, ‘부당한 간섭’ 등 요건이 관념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소송대리인들이 광범위하게 활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사표시 내용의 불균형성이 요건에서 제외된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고대석(40기)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판사)도 부당위압 제도가 “무효나 취소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예비적 주장을 추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착오 취소 관련 개정안의 문언에 대해 고 연구위원은 “‘의사표시의 내용에 상응하는 진의가 없는 경우’라는 표현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와 혼동될 소지가 있다”며 “다른 조항들과의 통일성을 위해 ‘잘못 알고 있는 경우’라는 표현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강제이행 규정과 관련해서는 민법 제389조 제1항이 강제이행의 원칙을 표명하는 규정이라는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조문 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태훈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법정이율 변동제의 구체적 운영방식에 대해 “정률방식, 연동방식, 위임방식 중 어떤 형태로 할지, 산정주체는 누가 되는지 등이 불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상법상 상사법정이율과의 관계도 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 필요”
전문가들은 개정안의 성공적 입법을 위해서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사례를 들며 “성안과정에서부터 변호사회, 기업계, 노동계, 소비자단체 등 각계 대표들이 참여해 실무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형석 교수는 “이번 개정안은 학설의 새로운 동향을 참조하고 국제적 경향을 반영한 높은 수준의 입법적 성과”라면서도 “시민의 생활관계법인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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