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마비 장애인들의 '아이언맨' 대회 질주···세계 최고 로봇 뽐냈다

13일 전 세계 각지서 '사이배슬론' 대회 개최
4년전 대비 보행속도, 안전성 획기적 향상
선수단, 4~6분대 코스 돌파···14일 결과 발표
  • 등록 2020-11-13 오후 4:14:54

    수정 2020-11-13 오후 4:14:54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제대로 보여주겠습니다. 화이팅”을 외치며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장애인 선수들이 두 다리를 감싼 외골격형 로봇을 입은 채 평지부터 험지를 차례로 돌파했다. 결승선을 통과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도 터져 나왔다.

13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전 본원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사이배슬론(cybathlon) 2020’ 국제대회가 펼쳐졌다. 공경철 KAIST 교수 연구팀이 만든 로봇은 몸을 지탱하도록 돕고 지팡이와 유사한 클러치 장치는 필요한 모드로 전환해 컵쌓기부터 장애물 회피하기, 계단 오르기, 옆경사 지나가기, 문 열기, 의자에 앉기 등의 미션을 완수하도록 했다. 때론 비틀거리기도 했지만 편안한 보행은 국산 웨어러블 로봇의 경쟁력과 정상인으로 생활할 희망을 보여줬다.

한국 대표 선수들이 지난 1년반 동안 훈련한 결과물이 나왔다. 선수들은 대회에서 연신 땀을 흘리면서도 연신 기합 소리를 외치며 장애물들을 4~6분만에 주파했다.

김병욱 선수가 대회에서 옆경사면 코스를 이동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현실판 아이언맨 대회

사이배슬론은 신체 일부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로봇과 같은 생체 공학 보조 장치를 착용하고 겨루는 국제대회이다. 약간의 기술적 오류만으로도 하반신이 마비된 선수가 넘어져 크게 다치는 위험 요소가 존재해 기술 난이도가 매우 높으며, 실존하는 가장 첨단의 착용형 로봇 기술이 총 집결돼 현실판 ‘아이언맨’ 대회로도 불린다.

지난 2016년 첫 대회가 개최된 후 올해 5월 스위스에서 2차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 일정이 9월에서 11월로 2차례 변경된 끝에 전 세계 각국 개별 경기장에서 나눠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6개 종목에서 25개국 60여개 팀이 참여했다.공 교수팀이 출전하는 착용형 로봇 종목에는 미국·스위스 등 8개국을 대표해 출전한 12명의 선수가 진검승부를 펼쳤다. KAIST에도 6개 장애물을 포함해 국제 규격에 맞춰 제작된 경기장이 설치되고, 웨어러블 로봇 종목에 남녀 1명씩 선수가 출전했다. 공경철 교수팀은 지난 2월 김병욱(47, 남)·이주현 (20, 여) 씨를 대표 선수로 선발해 최정수 영남대 로봇기계학과 교수(영남대학교 로봇기계학과)와 우한승 KAIST 기계공학과 연구원의 감독 아래 9개월 동안 훈련을 진행한 결과를 보여줬다.

이주현 선수가 험지 코스를 이동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국산 웨어러블 로봇 강점

공경철 교수팀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엔젤로보틱스, 세브란스 재활병원, 영남대학교, 재활공학연구소 등 각계 최고의 연구팀과 협력해 워크온슈트4를 개발했다. 앞서 지난 1회 대회에서 활용된 국산 웨어러블 로봇 대비 안전성, 보행 속도가 개선됐다. 공경철 교수는 “지난 대회에는 로봇이 10초도 서있기 어려웠다면 이번 로봇은 1분 이상 균형을 유지해 서 있도록 돕고, 보행속도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며 “현재 다른 나라 참여팀 대비 가장 큰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고 했다.

대회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병욱 선수는 “지난 1년반 동안 열심히 대회를 준비해 왔다”며 “국산 웨어러블 로봇의 우수성을 직접 증명하겠다”고 했다. 이주현 선수도 “대회에서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했다.

한편, 대회 주최 측은 한국 시간으로 14일 오후 11시(스위스 시간 오후 3시)에 최종 순위 발표와 메달 수여식을 진행하고 출전 팀 경기 영상을 사이배슬론 홈페이지에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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