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에서 외곽으로 가다 보면 ‘HTWO’라는 로고가 적힌 큰 공장이 자리했다. HTWO는 현대차(005380)의 수소 관련 브랜드다. 이곳은 중국 연료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대차가 100% 지분을 투입해 설립한 현지 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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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한때 180만대 차량 판매 실적을 거두며 점유율을 키웠던 현대차는 현지의 빠른 전기차 전환에 타격을 맞고 사업이 위축됐다. 중국 시장을 포기한다는 우려도 나왔으나 전력을 재정비하고 있다. 광저우 공장은 중국의 수소 굴기에 대비해 현대차가 키우고 있는 카드다.
“10만기까지 생산 준비, 수소 조달도 OK”
광저우의 HTWO공장을 찾은 지난 23일, 이른 저녁 시간이었지만 생산라인에는 일찌감치 식사를 마치고 복귀한 직원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분주하다고 하지만 사실 직원이 북적거리는 수준은 아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공장 자동화를 상당 부분 실현했기 때문이다.
광저우 공장은 수소연료전지의 주요 부품인 스택(Stack)을 적층 구조로 쌓은 후 조립과 검사 등 과정을 고쳐 완제품으로 만드는 후공정 부분을 담당한다. 기술 보안 등의 이유로 핵심인 전공정 과정은 한국 울산 공장에서 이뤄진다.
완성된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사용해 전기에너지를 발생한다. 공장에서는 90kW(킬로와트)급 전지를 생산한다. 현재 시판 중인 수소차 넥쏘에도 이 전지가 들어간다.
현재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6500기인데 실제로는 1000기 정도만 출고하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에서 수소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탓이다.
현대차측의 설명처럼 중국은 전기차에 이어 수소 굴기를 천명했으나 아직 걸음마 단계다. 수소 인프라가 많이 깔리지 않다 보니 생산 단가가 비싸 현재로선 전기차보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광저우 공장은 앞으로 연간 10만기의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여유 부지까지 확보한 상태다. 공장 앞에는 중국 에너지 국영기업인 시노펙 공장이 있는데 앞으로 대규모 생산을 염두하고 수소 조달까지 잠정 협의한 상태다.
오 총경리는 “(중국의 수소 정책이) 조금 미뤄지고 있지만 2035년까지 (수소차) 누적 100만대라는 전체 방향성은 명확하다”며 “초기엔 상용차 위주로 진행하고 승용차도 순차적으로 (전환하는) 고민 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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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수소 굴기, 이번엔 놓치지 않는다”
현대차가 중국과의 합작도 아닌 자체 HTWO 브랜드를 중국 광저우에 직접 심은 이유는 중국의 수소 산업 성장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미 중국에서 쓴 실패를 겪었다. 현대차의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2016년 180만대에 달했으나 지난해 24만대로 뚝 떨어졌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 따른 한한령과 중국산 전기차 브랜드의 급성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 광저우 공장은 실제 생산량이나 매출, 이익 부문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은 성과보다는 미래를 위해 투자할 때라는 판단이다. 전기차로 빠르게 변한 중국 시장 대응 실기를 되풀이하지 말고 향후 수소 굴기에 맞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다.
오 법인장은 “수소 정책은 인프라 문제 등이 혼재됐고 지금까지 수소에 대한 인식이 상당이 미약한 편이었다”며 “최근 수소 산업 이해도가 높아지고 내년 15차 5개년 계획이 나오면서 수소 관련 정책이 나오면 관련 산업도 탄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소 시장이 커진다고 해도 독점하기엔 쉽지 않을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미 토요타는 베이징에 수소 공장을 지었고 유럽 부품 전문기업 보쉬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국 내에는 리파이어, 상하이수소추진기술(SHPT) 같은 톱티어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 경쟁에서 살아남는 원동력은 꾸준한 기술 개발에 있다. 당장 실적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오 법인장은 “지금 지표상으로 누가 낫냐보다는 20년 이상 진행한 우리 기술과 노하우를 통해 경쟁 우위를 갖고 가야 한다”며 “중국 시장에 맞춰 신뢰성 있는 신뢰성과 상품성 있는 좋은 제품을 먼저 준비하는 게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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