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돌아온 이재명 체포동의안…고심하는 민주당

오는 21일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전망
부결은 방탄, 가결은 분열…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지도부 '부당한 영장' 강조하며 부결 설득
"단식 중인 대표, 절벽으로 떠미나" 동정론
비명계선 전보다 많은 가결표 예상
  • 등록 2023-09-19 오후 5:34:59

    수정 2023-09-19 오후 7:16:09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7개월 만에 다시 체포동의안 표결을 마주했다. ‘부결은 방탄, 가결은 분열’이라는 딜레마 앞에서 민주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영장 청구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반면 비명계는 이 대표가 먼저 의원들에게 가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째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방탄정당’ 프레임 앞에서도 부결 뜻 모으는 野 지도부

이 대표 체포동의요구안은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 의안과에 제출됐다. 체포동의안은 20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오는 21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함께 표결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18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건으로 이 대표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월 첫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압도적 부결’을 강조하며 이탈표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40표에 가까운 가결 및 무효·기권표가 나오며 내홍이 심화한 바 있다.

7개월 만에 다시 치러지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경우 ‘방탄정당’ 프레임에 빠지고, 가결시킬 경우 내분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은경 혁신위원회 제안에 따라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총의를 모았다. 이 때문에 체포동의안 부결의 무게가 전보다 더욱 무겁다.

당 지도부는 영장청구의 부당함을 강조하고 있다. ‘방탄’ 프레임을 사전에 차단하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도부는) 부당한 영장 청구라고 분명히 규정했다”며 의원들 설득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도 초선·재선 의원 모임과 연구단체 등 다양한 의견 그룹을 만나 의견 수렴 및 설득 작업에 나섰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이데일리와 만나 “가결, 기권, 무효표가 한 30표 정도로 예상되는데 계속 의원들을 만나서 얘기를 듣고 있다”고 전했다.

동정론 바탕 ‘부결’ 우세…비명선 “대표가 가결 요구하라”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대표 단식 돌입 이전까지만 해도 대표가 가결을 먼저 요청하고,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을 받아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대표가 단식에 들어갔는데 어떻게 절벽으로 떠밀 수 있나”라며 동정론에 따른 부결 우세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비명계에서도 인정상 어떻게 가결표를 찍겠나”라며 지난 투표에서 가결을 찍었던 의원들 상당수도 부결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당과 이 대표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또 다른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재명을 보지 말고 당을 봐야 한다”며 “이건 민주당을 분열시키기 위한 체포동의안이지, 이재명을 잡기 위한 체포동의안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재명을 가지고 야당을 파괴하고 분열시키기 위한 정치행위”라며 “비명계 의원들과 협의한 후 최종적으로 부결로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비명계에선 가결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명계 초선 의원은 “대표가 먼저 가결해달라고 하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 결단을 내리지 못해 의원들을 괴롭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대표 본인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또 다른 비명계 재선 의원은 전보다 가결표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가결표와 기권·무효표를 다 합치면 40표 가까이 된다. 그게 사실 다 가결표”라며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했으니 그 40명에서 가결표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탈표 단속에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표결 관련 의사를 묻고 부결하겠다고 답한 의원들의 명단을 작성해 공유 중이다.

가결표 수에 대한 전망이 확연히 나뉘는 가운데 이번 표결에 따라 이 대표의 리더십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결이 압도적으로 많으면 이 대표에게 힘이 실리겠지만 가결이 될 경우 리더십에 타격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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