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도움으로 환율 1440원대…하락세 이어질까

외환당국, 새해부터 강한 환율 안정 의지
지난 7일부터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 출회
강달러에도 장중 ‘달러 매도’에 환율 하락
추세적 하락 ‘아직’ VS 최대 헤지 시 1400원
  • 등록 2025-01-08 오후 2:46:48

    수정 2025-01-08 오후 3:07:45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148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이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換) 헤지(위험 분산)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으로 인해 1440원대로 내려왔다. 대내외적으로 원화 강세를 꾀하기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이같은 움직임이 환율 하락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1486원→1444원으로 ‘42원 급락’

8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장중 환율은 1444.5원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비상계엄 등으로 인해 12월 27일 장중 환율은 1486.7원까지 치솟으며 1500원을 위협했다. 하지만 보름이 채 되지 않아 환율은 42.2원이나 급락했다.

새해 들어서도 국내 정국 불안이 이어지고 달러 강세 분위기가 강화되면서 환율은 1460~1470원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이에 연초부터 외환당국은 환율 안정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 2일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국민연금 내부 결정에 따라 곧 국민연금에서 환 헤지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지난 7일, 외환시장에서는 국민연금으로 추정되는 선물환 매도 주문이 외국계 은행을 통해 수억 달러 규모로 출회됐다. 이로 인해 전날 환율은 16.3원 하락해 1450원대에 안착했다.

이날도 1455.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한 지 단 몇 초 만에 1444.5원으로 순식간에 밀렸다. 이를 두고 이날도 국민연금의 환 헤지 물량이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국민연금과 관련된 은행들에서 환 헤지 물량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장중에 환 헤지로 추정되는 물량으로 인해 환율 상단에서는 역내와 역외에서 달러 매도 물량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추세적 하락일까, 일시적 하락일까

국민연금은 환율이 일정기간 이상 일정수준을 넘어가면 전략적 환헤지에 들어갈 수 있다. 시장에서는 1450원대를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추정하는데, 환율은 지난달 19일부터 1450원을 넘어섰다.

전략적 환헤지를 최대로 가동하게 되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 해외 자산의 10%인 482억달러(약 70조원)까지 시중에 공급하는 효과를 낸다.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은 10개월에 걸쳐 균등하게 이뤄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전략적 헤지가 발동한 적은 없다.

이번 국민연금의 환 헤지를 계기로 고공행진하던 환율 흐름의 추세 전환 가능성에 대한 물음표가 커졌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추세적인 환율 하락으로 진단하기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의 추세적 하락을 위한 미국 경기 둔화 시그널 강화와 완연한 달러 약세, 국내 정국 불안 해소와 경기 부진 완화 중 아직은 어떤 것도 만족되지 못했다”라며 “이번주 금요일 발표될 미국 고용 지표의 온도에 따라서 달러화가 하락 방향성을 굳힐지 여부가 환율의 추가 낙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이 어느정도 충족되는지가 환율의 변수”라며 “만약 환 헤지 물량이 일부만 유입된 것이라면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제약할 수 있지만, 상당량의 환 헤지가 이뤄졌다면 오히려 환율의 재반등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환 헤지가 환율 하락의 발판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임 연구원은 “환 헤지 분할 매도 물량이 계속 나올 것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으로 인해 환율은 140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며 “국민연금을 트리거로 해서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 헤지 물량이 다 출회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걸리겠지만, 이미 트럼프 관세 정책 등이 선반영됐기에 환율 고점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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