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려아연에 대한 양측의 공개매수가는 83만원으로 동일하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가격을 재차 상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MBK·영풍의 공개매수의 경우 오는 14일 종료되는 반면, 고려아연측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일은 이보다 일주일 가량 늦은 23일이다. 주주 입장에선 같은 가격이라면 먼저 사주는 MBK·영풍 측 공개매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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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가장 큰 쟁점은 자금력이다. 현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양측이 가격 인상을 주고 받으며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 투입한 자금은 3조원 가량이다. 하지만 공개매수신고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회사가 보유중인 자기자금 7600억원 중 이번 공개매수에 500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려아연은 앞서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에서 1조7000억원 한도 안에서 최장 인출일로부터 1년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받았다.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 투입한 자금은 이 중 일부인 1조1600억원으로,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매입 이후에도 추가로 5000억원 정도를 더 활용할 수 있다. 이어 고려아연은 지난 6월 말 현금성자산(1629억원)과 단기금융기관 예치금(1530억원), 단기투자자산(9002억원) 등 현금성 자산이 1조2000억원이 넘는다.
MBK측의 경우 최대 1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MBK파트너스 6호 블라인드가 있다. 공개매수가를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상향하면서 MBK파트너스 6호 블라인드 펀드로부터 최소고정금리 연 4.6%에 1097억원을 차입했다.
두 번째 쟁점은 영풍정밀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다.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해 영풍정밀 경영권을 가져오면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85%는 최씨 일가에서 장씨 일가로 소속이 바뀌게 된다. 즉, 고려아연 지분 3.7%를 확보하게 되는 효과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영풍정밀을 사수해야 하며, MBK·영풍은 영풍정밀을 빼앗아 와야 한다.
고려아연 최씨 일가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영풍 주식 7만8191주(지분율 4.2%)를 처분해 약 300억원을 마련했다. 최씨 일가가 가진 ㈜영풍 지분은 기존 14% 정도에서 10% 미만으로 줄었다. 영풍 주식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은 영풍정밀 경영권 방어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써는 MBK가 3만원으로 공개매수가격을 인상한 상황에서 최 회장 측도 가격 인상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편인 영풍정밀의 경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진흙탕 싸움에 고소·고발 난무
고려아연의 소송전 역시 이번 경영권 분쟁의 주요 변수다. 법원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첫번째 싸움에서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지만 양측 모두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어 한치 앞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풍은 평시 주가보다 훨씬 높은 공개매수 가격에 자사주를 사들이는 행위를 배임으로 보고, 법원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목적 공개매수 절차 중단 가처분을 신청했다. 또한 자사주 공개매수를 결의한 최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에 대해서도 형사 고소했다. 매수가 추가 인상에 대한 부담을 지우면서 이사회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불공정거래 조사” 금융당국도 눈치
더욱이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금융당국까지 예의주시하고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상대측 공개매수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될 경우 누구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조치할 것”이라며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경영권 분쟁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양측 모두 매수가 인상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 원장은 ‘공시 이전에 공개매수가 보다 고가로 자사주를 취득할 계획’, ‘자사주 취득 가능 규모가 과장됐다’ 등 풍문 유포 행위 등에 대한 엄중조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종국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공개매수 과정뿐 아니라 이후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규 위반 여부를 철저히 살펴볼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