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연금 멍완저우 "파트너의 지식재산 뺏지 않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이례적 기고
英옥스포드 사태 등 反화웨이 움직임에 적극적 대응
  • 등록 2019-01-25 오후 4:43:24

    수정 2019-01-25 오후 4:43:24

△미국 제재를 위반하고 이란과 교역했다는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멍 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화웨이는 파트너의 지식재산권을 뺏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고를 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캐나다에서 체포된 후 현재 보석 상태인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이 “화웨이는 파트너들이 가지고 있는 특허나 연구결과를 빼앗으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산학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24일 기고한 글을 통해 밝혔다.

최근 영국 옥스포드 대학이 화웨이의 기부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反)화웨이 전선이 확산되자 멍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날 기고문은 지난해 9월 싱가포르에서의 한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멍 부회장이 가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체포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다음은 멍 부회장의 기고문 전문.

<전문>

중세 유럽에서 탄생한 대학은 몇 세기에 거쳐 시대의 지식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중요한 존재였다. 당시는 주로 길드제 안에서 지식이 축적됐다. 그러나 산업 측면에서의 노하우와 대학에서의 연구가 접점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학술계와 산업계의 관계는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달라졌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보급하는 장에서 지식의 최전선을 추구하는 장소로 변화했다. 제임스 왓슨은 글라스고 대학에서 효율이 떨어졌던 초기 단계의 증기기관을 수리하면서 근대 증기기관을 개발했다. 증기기관은 그 후 제조업이나 교통기관 등으로 폭넓게 활용됐다..

1940~1950년대 민간기업이나 연구기관은 기초연구의 분야에서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AT&T의 벨연구소는 트랜지스터나 레이저, 정보이론을 개발했다.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가 집적회로를 개발하면서 ‘무어의 법칙’ 시대가 도래하기도 했다.

현재 대학과 기업은 전례 없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대학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기초이론연구의 최전선에 서있고 구글과 페이스북, 테슬라, 화웨이 등 기업들이 이론의 실용화에 매진하고 있다. 18만명이라는 화웨이의 종업원의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에 관여하고 있다. 근 10년간 화웨이의 연구개발비는 600억달러를 넘어섰고 앞으로도 수년간 150억~2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IT기업으로서 우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궤도를 얼마나 연구개발 부문이 정확하게 예측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우주, 세계 전체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듯’한 기업 풍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만 하는 게 아니라 가끔은 시간을 내서 모두와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화웨이 이노베이션 연구 프로그램’(HIRP)는 세계 유수 대학이나 연구기관과 가상의 카페를 열어 다양한 발상을 교환한다는 구상에서 만들어졌다. 2010년 유럽에서 열린 제1호 HIRP는 가장 가능성이 있는 제안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제 화웨이는 HIRP를 통해 세계 상위 100개 대학과 30개국 이상의 국가연구기관 학자와 협력하고 있다.

2014년에는 화웨이의 비지니스와 기초연구의 방향성이 맞는 과학자들에게 더욱 폭넓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발전시켰다. HIRP가 지원하는 프로젝트 수는 1200개를 웃돌아 대다수는 이미 상품화에 성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화웨이가 독일은 뮌헨기술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휴대전화에 채용됐다. 또 독일 공학 아카데미 멤버인 요셉 노셉 교수의 초고속 무선통신이라는 구상은 에너지소비를 큰 폭으로 줄였다.

일부 사람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나 화웨이는 자신들의 파트너들이 가지고 있는 특허나 연구결과를 빼앗으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이 새로운 프로젝트는 화웨이로부터 자금원조를 앞으로 받지 않겠다고 결정했으나 우리들의 목적은 연구자의 성공이나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다.

이런 개방적인 협력이 과학과 상업 이용 사이에 골을 메우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금뿐만 아니라 인내가 필요하다. 왜냐면 기초과학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수십년에 달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학과 기업 사이의 협력을 통해 비로소 이 같은 시간의 골을 메우는 것이 가능해진다. 대학의 기초 연구 없이는 산업은 이론적인 기반을 가질 수 없다. 산업계가 존재하지 않으면 학술계의 지식은 상아탑 속에 갇혀있을 뿐이다.

화웨이가 다양한 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대학이 추구하고 있는 과학연구가 등대처럼 미래로 향하는 빛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과학자는 등대지기이고 과학자의 연구성과는 그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산업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화웨이는 앞으로도 과학과 기술의 진보를 위해 기초연구에 자금을 지원할 생각이다. 이러한 협력관계는 화웨이의 사업활동뿐만 아니라 사회나 산업 전체에 공헌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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