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는 자동차인가, 컴퓨터인가

LG硏 '자동차의 서비스화가 시작되고 있다' 보고서
스마트폰이 컴퓨터이듯 스마트카도 거대변화 기로
애플·구글도 스마트카 눈독…"제2 노키아 나올지도"
  • 등록 2016-03-22 오후 5:46:25

    수정 2016-03-22 오후 5:46:25

볼보자동차의 무인 자동주차 기술.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스마트폰은 전화기일까, 컴퓨터일까.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기전, 그러니까 불과 7~8년 전만 해도 휴대폰은 전화를 하기 위한 도구였다. 걸어다니면서 인터넷을 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일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미국의 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88%에 이른다. 특히 젊은층의 경우 잔여 통화시간은 남아돌지만 잔여 데이터용량은 부족한 경우가 다반사다. ‘스마트폰 중독’이란 말까지 나온다. 휴대폰은 전화기가 아니라 컴퓨터라는 발상의 전환이 만든 변화다.

그렇다면 스마트카는 자동차일까, 컴퓨터일까. 이 화두가 자동차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반을 달구고 있다.

스마트폰이 컴퓨터이듯 스마트카도 거대변화 기로

지난 2012년 벨기에에서 개발된 카드롭스(Cardrops). 이는 주문자의 자동차 트렁크에 주문 제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카드롭스에 회원가입을 하면 차량에 GPS 추적장치와 스마트키를 장착해, 택배기사가 차량의 위치를 추적해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원리다. 택배를 언제 어디서든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아마존도 지난해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굴지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볼보자동차도 비슷한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구축해 시도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22일 내놓은 ‘자동차의 서비스화가 시작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자동차발(發) 산업계 빅뱅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리 자동차업계에 던지는 시사점도 작지 않다.

‘똑똑한 자동차’의 모습은 이 뿐만이 아니다. 아우디는 주차가 가능한 장소를 안내하는 ‘아우디 커넥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통 운전자를 가장 피곤하게 하는 게 주차 장소를 찾는 것이다. 아직 크게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완성도만 갖춰진다면 업계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다.

결제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현재 하이패스 카드로 톨게이트 비용을 자동 결제하는 수준인데, 이게 주차장 주유소 등에서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맥도널드 드라이브스루 등도 비슷하다.

이는 이미 업계 화두로 부상한 상태다. 기아차(000270)는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기아 페이’의 개념을 소개했다. 자동차 자체가 결제를 위한 하나의 플랫폼이 된다는 게 골자다. 포드 역시 ‘포드 페이’를 선보였다. 자동차업계에서도 ‘삼성 페이’ ‘카카오페이’ 같은 서비스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다. ‘서비스를 품은 자동차’ 콘셉트는 이종 산업간 경쟁도 더 격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김영혁 선임연구원은 “나아가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된다면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수많은 서비스가 자동차를 통해 제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인 미국 테슬라모터스의 앨런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카를 두고 “바퀴가 달린 아주 수준높은 컴퓨터”라고 말하고 있다.

애플·구글도 스마트카 눈독…“제2 노키아 나올지도”

무엇보다 큰 증거는 애플과 구글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점이다. IT업계, 나아가 산업계를 움직이는 두 업체가 자동차에 눈독을 들이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업체가 집중하는 분야는 자율주행 기술이다. 핸들을 잡고 운전하는 당연한 상식부터 흔들리고, 그에 맞춰 산업구조 자체가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산업계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몰락한 ‘휴대폰 왕국’ 노키아의 전철을 누군가가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예측하고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새 자동차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IT 업체와 자동차 제조업체, 통신 서비스업체 등이 경쟁을 벌이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면서 “자동차 제조업체와 IT 및 서비스 업체가 통합되는 초거대 모빌리티업체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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