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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대구행(行)’이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1월 귀국 이후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던 안 대표에 호재라는 분석이다.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 정국에서 안 대표의 승부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밀리고 밀린 安, ‘비례정당화’ 선언까지
의사 출신이기도 한 안 대표는 지난 1일 부인인 김미경 교수와 함께 코로나19 확산 한복판에 있는 대구로 의료봉사를 떠났다. 그의 대구행은 국민의당 주요 실무자들도 보도를 보고 알았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안 대표는 지난주 대한의사협회에서 보낸 ‘도움 요청 문자’를 보고 대구행 결심을 굳혔다.
언론에서조차 그의 대구행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한 지역 언론이 처음으로 포착한 그의 모습 역시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우연한 사진이라는 게 안 대표 측 설명이다. 그는 이날 의료봉사를 마친 후 “내일 또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숙소로 복귀했고, 2일에도 의료봉사를 이어갔다. 안 대표 측은 의료봉사 시한을 정해두지 않은 채 대구에 머물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안 대표는 지난 1월 말 복귀 이후 별다른 정치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복귀하자마자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당권협상은 바로 결렬됐다. 이후 독자노선을 선언했지만 당장 당명·당색 논란부터 앞길을 막았다. 안 대표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해왔던 주요 인사 상당수는 미래통합당행을 택했다. 마치 옛 국민의당 시절, 측근들이 고개를 돌렸던 모습을 재현하는 듯했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한 자리수 초반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중도보수통합론 역시 안 대표의 정치적 파워를 약화시켰다. 안 대표는 결국 ‘지역구 무공천, 비례정당화’를 선언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정부여당 ‘우왕좌왕’·야당 ‘비판만’…安 ‘대조적’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안 대표의 모습은 달랐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준 정부여당. 비판만 거듭하던 야당과 달리 안 대표는 직접 전선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안 대표의 모습이 설사 ‘정치쇼’라 해도 대구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마냥 비아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정치권에서는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에서의 영향을 계산 중이다. 공통적인 의견은 최소 대구·경북에서는 확실히 표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방역망은 뚫리고, 마스크는 부족한 상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이 상황에서 각자 주판알만 튕기고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안 대표의 모습이 어쨌든 차별점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평론가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안 대표의 행보는 중도와 미래한국당 지지층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심지어 통합당의 유승민 의원 영입에 실망한 일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층까지 국민의당에 표를 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