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行 택한 '의사' 안철수, '정치적 위상' 수직상승할까?

安, 전격 대구 내려가 의료봉사…당직자들도 몰라
'의협'서 보낸 문자 보고 결심, 종료 시한 정하지 않아
앞서 安, 1월 귀국 이후 끝없는 '악재'의 연속
대구行, '리더 안철수' 위상↑ + 대구·경북 표심 영향
  • 등록 2020-03-02 오후 2:08:02

    수정 2020-03-02 오후 2:09:30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을 찾아 병동 내부 진료봉사를 위해 보호구 착의실에서 보호복과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정말 진정성 있게 내려간 것이다. 실무진조차 보도를 보고 알았다” (국민의당 관계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대구행(行)’이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1월 귀국 이후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던 안 대표에 호재라는 분석이다.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 정국에서 안 대표의 승부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밀리고 밀린 安, ‘비례정당화’ 선언까지

의사 출신이기도 한 안 대표는 지난 1일 부인인 김미경 교수와 함께 코로나19 확산 한복판에 있는 대구로 의료봉사를 떠났다. 그의 대구행은 국민의당 주요 실무자들도 보도를 보고 알았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안 대표는 지난주 대한의사협회에서 보낸 ‘도움 요청 문자’를 보고 대구행 결심을 굳혔다.

언론에서조차 그의 대구행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한 지역 언론이 처음으로 포착한 그의 모습 역시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우연한 사진이라는 게 안 대표 측 설명이다. 그는 이날 의료봉사를 마친 후 “내일 또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숙소로 복귀했고, 2일에도 의료봉사를 이어갔다. 안 대표 측은 의료봉사 시한을 정해두지 않은 채 대구에 머물겠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의 대구행을 두고 여론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일단 호의적이다. 그간 안 대표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상당했던 의료계 역시 이번 대구행을 두고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앞서 안 대표는 지난 1월 말 복귀 이후 별다른 정치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복귀하자마자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당권협상은 바로 결렬됐다. 이후 독자노선을 선언했지만 당장 당명·당색 논란부터 앞길을 막았다. 안 대표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해왔던 주요 인사 상당수는 미래통합당행을 택했다. 마치 옛 국민의당 시절, 측근들이 고개를 돌렸던 모습을 재현하는 듯했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한 자리수 초반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중도보수통합론 역시 안 대표의 정치적 파워를 약화시켰다. 안 대표는 결국 ‘지역구 무공천, 비례정당화’를 선언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정부여당 ‘우왕좌왕’·야당 ‘비판만’…安 ‘대조적’

악재만 거듭하던 상황에서 그가 택한 대구행은 정치적 돌파구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안 대표를 두고 꼬리표처럼 나오는 비판 중 하나는 ‘정치적 고난을 피하는 모습만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2012년 18대 대선 투표 당일 미국행을 택했다. 지난 2018년에는 지방선거에 참패하고 독일로 떠났다. 주요 고비마다 회피하는 모습은 ‘리더 안철수’의 이미지를 갉아먹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안 대표의 모습은 달랐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준 정부여당. 비판만 거듭하던 야당과 달리 안 대표는 직접 전선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안 대표의 모습이 설사 ‘정치쇼’라 해도 대구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마냥 비아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정치권에서는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에서의 영향을 계산 중이다. 공통적인 의견은 최소 대구·경북에서는 확실히 표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방역망은 뚫리고, 마스크는 부족한 상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이 상황에서 각자 주판알만 튕기고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안 대표의 모습이 어쨌든 차별점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평론가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안 대표의 행보는 중도와 미래한국당 지지층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심지어 통합당의 유승민 의원 영입에 실망한 일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층까지 국민의당에 표를 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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