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규제·불확실성 '한파'에 은행권 가계·기업대출 쪼그라들어

한국은행,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 발표
은행권 가계대출 4000억원↓…9개월만 감소 전환
주담대 전월비 8000억↑…넉달째 증가세 둔화
기업대출 11.5조 ↓…'조선업 구조조정' 2016년 이후 최대
  • 등록 2025-01-15 오후 12:00:00

    수정 2025-01-15 오후 12:00:0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지난해 말 당국의 거시건전성 규제와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은행권의 가계와 기업 대출이 동시에 감소했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고 기타대출이 줄면서 9개월 만에 감소전환했고, 기업대출은 연말 계절성에 투자 수요 위축에 8년 만에 최대폭으로 줄었다.

(사진= 연합뉴스)


가계대출 9개월만에 감소…주담대 증가세 넉달째 둔화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4000억원 감소했다. 주담대는 8000억원 늘었으나, 신용대출 등의 기타대출이 1조 1000억원 줄면서 소폭 감소 전환했다.

주담대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거래 감소 등으로 4개월 연속 증가폭이 축소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7월 4만 9000호로 정점을 찍고, △8월 4만 3000호 △9월 3만호 △10월 3만 8000호 △11월 3만 1000호로 감소흐름을 이어갔다.

기타대출은 연말 상여금 유입, 부실채권 매·상각 등 계절적 요인으로 감소 전환했다. 기타대출은 이같은 계절적 요인으로 통상 매년 12월 전월비 감소 전환하는 경향이 있으며, 올해 감소폭은 예년에 비해 오히려 작다. 2023년 12월에는 2조원, 2022년 12월엔 2조 9000억원 각각 감소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 가격 상승세가 하락 전환한 상황이고 거래량도 수도권 같은 경우 고점의 약 3분의 1 정도 수준이어서 당분간은 주택 관련 대출은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경우도 성과 상여금, 명절 상여금 등으로 연초엔 감소하는 경향이 있어 가계대출은 낮은 증가세를 이어가는 감소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박 팀장은 “은행들의 가계 대출 태도가 완화적으로 돌아서고 있고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서 주택 거래가 다시 활성화될 경우 가계 대출이 대차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 한국은행)


기업대출 11.5조원 감소…8년만에 최대폭으로 줄어

기업 대출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 모두 줄면서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 은행권 전체 기업대출은 11조 5000억원 줄면서 전월(2조 2000억원 증가)대비 감소로 돌아섰다. 작년 4분기 내내 부진했던 부진한 흐름을 보이다 12월에 크게 줄면서 분기 기준으로도 감소 전환했다. 기업대출이 4분기에 감소 전환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며, 12월 기업대출 감소폭 역시 8년 만에 최대다. 2016년 말에는 전반적으로 기업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조선·해운 업계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기업대출이 크게 줄었다.

기업대출 역시 가계의 기타대출과 마찬가지로 12월에는 감소하는 흐름을 보인다. 기업들의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 주요 은행들의 자본비율 관리가 겹치면서다. 지난해 연말의 경우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은행권은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면서 기업대출이 더 크게 쪼그라든 것으로 분석됐다.

박 팀장은 “수요(기업)와 공급(은행) 요인이 맞물리면서 기업대출이 감소했다”며 “일부 은행 같은 경우에는 자본 비율 관리를 위해서 위험 가중치가 다소 높은 기업 대출을 조금 타이트하게 운영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대출이 더 많이 줄었다. 은행권 중기 대출은 7조 1000억원, 대기업 대출은 4조 3000억원 각각 감소했다.

회사채는 기관들의 연말 결상 영향으로 순발행 규모가 3000억원으로 전월(7000억원)에 비해 축소됐다. 기업어음(CP)·단기사채는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 등으로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4조 4000억원 순상환됐다.

은행권 수신은 수시입출식예금을 중심으로 16조 5000억원 늘면서 증가세를 지속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기업의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자금예치와 가계의 상여금 유입 등으로 43조 5000억원 급증했다. 반면 정기예금은 대출 증가세 둔화 등으로 은행들의 조달 유인이 낮아진 데다 지자체의 연말 재정집행자금 인출 등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21조원 줄며 감소 전환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법인 및 은행의 자금 인출 등으로 머니마켓펀드(MMF)를 중심으로 23조 3000억원 줄었다. 주식형펀드와 기타펀드는 각각 5조 3000억원, 9조 2000억원 늘며 자금 유입이 확대됐으나, 채권형펀드는 11월 2조원 증가에서 12월 8조 7000억원 감소로 자금 흐름이 반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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