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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최악의 경제위기와 격화하는 미·중 간 갈등 속에서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011년 세상을 떠난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팀 쿡(사진)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 수혜주’로 꼽히는 미국 대형 기술기업의 질주가 지속하는 만큼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도 ‘시총 2조달러’ 클럽에 곧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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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弗, 세계 9위 이탈리아 명목 GDP 수준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애플의 주가는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1.4% 오른 468.65달러까지 치솟았다. 신고가이자 시총 2조달러의 기준선인 467.77달러를 넘어선 주가다. 다만, 오후 들어 애플 주가는 상승분을 일부 반납해 0.58% 오른 462.83달러에 장을 마감, 종가 기준으로는 시총 1조9790억달러를 기록했다.
여태껏 시총 2조달러를 밟은 기업은 2개뿐이다. 작년 12월 장중 시총 2조달러를 돌파한 아람코도 아직 종가 기준으로는 밟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오히려 시총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줬다.
‘2조달러’라는 숫자는 어마어마하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 9위인 이탈리아(2조12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미국 대기업 중 비자와 존슨앤존슨, 월마트, 프록터앤갬블(P&G), 페이팔 홀딩스, 넷플릭스 등 6개사의 시총을 합한 규모이자, 약 2000여개의 소형주가 상장된 나스닥의 러셀2000지수 전체 시가총액보다 큰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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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뉴욕타임스(NYT)도 애플은 그간 애플워치 5시리즈, 에어팟 프로, 아이폰 11프로맥스 등 기존 제품군을 업데이트한 제품을 신상품으로 내놓은 점을 지적하며 “지난 2년간 별다른 새 사업 없이 시총을 2배 불린 건 놀라운 일”이라고 썼다.
코로나19발 침체기 속에 애플이 일종의 ‘피난처’ 역할을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원격 근무·수업·행사 등이 급증하면서 IT 기술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애플이 예상 밖 수혜를 봤다는 것이다. 스스로 만들어낸 호재도 있었다. 다음 달로 예고한 액면분할(4분의 1)이다. 대개 주식을 분할할 경우 유통주식 수가 느는 데다, 주당 가격이 낮아지면서 거래가 활성화돼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쿡 CEO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FT는 “시총 2조달러 달성은 잡스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냐는 불신에 시달려온 쿡 CEO가 자신의 전략을 입증하고,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총 2조 클럽 가입을 목전에 둔 기업들은 또 있다. 아마존과 MS의 시총은 1조6000억달러를 넘어섰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시총 ‘1조달러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들 기업 역시 언제든 ‘시총 2조달러’ 클럽 가입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만간 다른 IT 공룡들도 시총 2조달러 고지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미 뉴욕대의 애스워스 다모대런 교수는 NYT에 IT 공룡들을 ‘골리앗’으로 규정한 뒤, 이들의 질주를 “안전자산에 대한 새로운 비행(flight)”으로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