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홀로서기 나서는 구광모…뉴LG 핵심 'AI·로봇'

내년 5월 구본준 계열 분리 마무리…4세대 경영 본격화
AI, 3년간 2000여억원 투자해 전문가 1000명 육성
상업·산업용 로봇조직 이원화…시너지 효과로 수익 창출
CSO에 힘 실어…부사장 승진자와 외부 인재 산하로 배치
  • 등록 2020-12-15 오후 4:03:09

    수정 2020-12-15 오후 9:47:01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내년에 취임 4년 차를 앞두고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선다. 구광모 회장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던 삼촌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계열 분리해 독립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과 미국·중국 갈등 등 그룹을 둘러싼 국내외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다. 구 회장은 신(新) 사업인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전면에 앞세워 돌파구를 마련하는 동시에 구광모의 ‘뉴(NEW) LG’ 체제 만들기에도 주력할 전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구본준 계열분리로 구광모 시대 본격 도래

구본준 고문이 계열분리하는 LG신설지주(가칭)는 내년 5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LG신설지주는 LG상사(001120)LG하우시스(108670)·LG MMA·실리콘웍스(108320)·판토스로 구성된다.

LG신설지주 출범 후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하면 구광모 회장은 LG 신설지주 지분을, 구 고문은 LG 지분을 주식 스왑(교환) 형태로 정리하면서 계열분리 절차가 종료될 예정이다. 이로써 LG그룹 3세대 계열분리가 마무리되면서 4세대인 구 회장의 ‘뉴LG’ 시대가 도래하는 셈이다.

구 회장이 이끄는 ‘뉴 LG’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인공지능(AI)과 로봇 사업이다. AI와 로봇 사업은 구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디지털 전환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달 26일 실시된 2021년도 LG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AI와 로봇 등 디지털 전환 영역에서 성과를 낸 인재들을 대거 발탁했다. 특히 지난 7일에는 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도 출범시켰다.

초대 원장은 LG사이언스파크 AI추진단을 맡았던 배경훈 상무(1976년생)가 맡았다. 또 세계적인 AI 석학이자 구글의 AI 연구조직 구글 브레인에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를 역임한 이홍락 미국 미시건 대학교 교수(1977년생)도 영입했다.

LG AI연구원은 내년에 핵심 연구 인력 규모를 100여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3년간 2000여억원을 투자해 AI연구개발과 더불어 전문가 1000명을 육성할 방침이다.

AI·로봇사업 관련 대형 M&A가능성도

구 회장은 로봇사업 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상업용과 산업용 로봇 분야로 조직을 나눴다. 앞서 LG전자의 로봇 사업은 최고경영자 직속 로봇사업센터에서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직 개편에서 상업용은 기업간 거래를 담당하는 BS사업부, 산업용은 그룹 장비·부품 등을 개발하는 생산기술원 산하로 옮겼다. 상업용과 산업용 로봇 조직을 각각 성격에 맞는 사업부에 재배치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후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최근 자율주행 서브봇(서랍·선방형)과 바리스타봇에 이어 살균봇까지 선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로봇시장에 장밋빛 전망이 제기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스에 따르면 세계 서비스로봇시장은 올해 370억달러(40조9405억원) 규모에서 2025년 1025억달러(113조4163억원)로 규모가 약 3배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AI와 로봇 관련 대형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점쳐진다. LG그룹 계열사들은 국내외 M&A사례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기술개발을 넘어 성공적인 M&A로 그룹 전반의 사업구조와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구 회장의 주문 때문으로 전해진다. 첫 번째 M&A대상이 AI와 로봇 관련 기업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M&A선봉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업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최고전략책임자(CSO)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실시한 2020년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 CSO 부문을 신설했다.

CSO는 북미지역대표를 역임한 조주완 부사장이 맡았다. 2021년 조직 개편에서 CSO 산하에 북미이노베이션센터와 비즈인큐베이션센터를 새롭게 만들었다. 또 노진서 로봇사업센터장(전무)을 부사장 승진과 함께 CSO 산하로 이동시켰다.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출신 이충섭 상무를 영입해 사업 개선 업무를 맡겼다.

재계 관계자는 “3세대 계열 분리가 마무리되고 취임 4년차를 맞이는 내년이 구광모 회장의 색깔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그 중심은 AI와 로봇”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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