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에 폐지까지…미성년·노인 `좀도둑`이 늘고 있다

1만원 이하 절도, 지난 3년간 2배 급증
무인점포 터는 미성년자, 생계형 범죄 노인
전문가 “상황별 맞게 처벌, 교육 등 필요”
  • 등록 2024-10-28 오후 4:31:07

    수정 2024-10-28 오후 7:21:59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와 노년층의 소액 절도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점포 증가에 따른 미성년자 범행, 노년층의 생계형 범행인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소액 절도범들에 대한 일률적인 처벌보다는 각각에 맞는 교육이 병행돼야 치안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 한 무인점포에서 범죄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경찰. (사진=경찰청)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만원 이하 소액절도는 2만 3967건으로 전체의 12.7%를 차지했다. 1만원 이상 10만원 이하 절도는 5만6574건으로 전체의 29.9%였다.

1만원 이하 절도의 경우 지난 2020년 1만 2991건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1만원 이상 10만원 이하 절도 역시 같은 기간 41.2%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절도 건수가 17.4%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는 걸 고려하면 소액 절도가 급증한 것이다.

이 같은 절도사건의 경향 변화는 미성년자와 노년층의 범행이 주도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절도 사건 중 미성년자 비율은 14.8%에 그쳤지만 지난해 16.6%로 늘어났고 61세 이상 비율은 29%에서 30.8%로 늘어나는 추세다.

미성년자의 경우 무인점포가 증가세와 맞물려 많은 절도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에스원범죄예방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발생한 무인매장 절도 범죄 중 52%가 10대의 범행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에서 무인점포를 운영 중인 김모(52)씨는 “미성년자 친구들이 돈 1만원도 안되는 만큼 물건을 훔쳐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4개를 집어 3개는 가방에 집어넣고 1개만 결제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더 큰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부천 소사경찰서는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부천 일대 아이스크림 무인점포 8곳에서 현금 300여만원을 훔쳐 도주한 10대 3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가위를 이용해 키오스크를 강제로 열고 현금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년층의 경우 생계형 범죄가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노인 인구 소득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평균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노인들이 생존을 위해 절도를 저지르는 상황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같은 노인들의 생계형 범죄는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 2월 전남 목포의 한 병원 창고에서 자물쇠를 드라이버로 부수고 피해자 소유인 2000원 상당의 폐지를 훔쳐 달아난 노인 A씨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동종 전과 4회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처벌과 함께 상황별 맞는 해법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노년층과 미성년자 소액절도 범행의 증가는 사회 경제 구조의 위험 신호를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소액절도 케이스별로 세분화해 교육이 필요하다면 교육을 제공하고 강력한 처벌을 통한 교화가 필요할 경우 처벌이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 등 치안 정책을 섬세하게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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