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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마크롱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띄고 있었다. 이번 결과로 마크롱 정부의 개혁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프랑스는 지난 3월 15일 지방선거 1차 투표를 실시했다. 이번 선거는 당초 3월 22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3개월 가까이 밀린 것이다.
녹색당 약진…극우정당 RN도 대도시 시장 당선
수도인 파리에서는 사회당 소속인 현직 파리시장인 안 이달고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집권당 후보로 나선 아녜스 뷔쟁 전 보건장관은 지난 3월 15일 열린 1차 투표에 이어 3위에 머무르는데 그쳤다.
제2·3도시인 마르세유, 리옹에서도 LREM은 참패했다. 마르세유에서는 사회당·녹색당 연합 후보인 미셸 뤼비올라가 집권당 후보를 10%포인트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제라르 콜롱브 현직 리옹 시장은 처음에는 LREM 후보를 지원했으나 승기가 보이지 않자, 녹색당 후보를 막기 위해 중도우파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리옹에서는 결국 녹색당 후보인 그레고리 두세 후보가 당선됐다.
동부 그랑데스트 지방의 중심도시 스타라스부르, 남서부의 대도시 보르도에서도 녹색당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다.
남프랑스 페르피냥에서는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의 루이 알리오가 현직인 야당 후보를 꺾으며 승리했다. 프랑스 미디어에 따르면 국민연합이 10만명 이상 도시에서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 헌법은 중앙정부 각료와 지방자치단체장의 겸임을 허용하고 있다. 필리프 총리는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에는 대리시장을 세워 시정을 맡길 계획이다.
좌도 우도 놓쳤다…민심 잃은 마크롱 개혁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마크롱 정부가 추진했던 개혁정책 역시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6년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새로운 정치’를 내세우며 전국민적인 인기를 얻어 대통령까지 당선됐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경직적인 프랑스의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연금개혁, 세제 개편, 공무원 개혁 등 국민적 반발이 큰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좌로도 우로도 마음을 얻지 못한’ 마크롱 정부의 현 주소를 노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29일 기준 존슨 홉킨스 대학에 따르면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9만 9476명, 사망자는 2만 9781명이다.
이 과정에서 파리 시장 LREM 후보로 나선 뷔쟁 전 장관의 내부고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자신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인식해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마크롱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뷔쟁 전 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의 최측근인 벤자맹 그리보 전 정부 대변인이 성(性)적인 동영상이 유출되면서 사퇴하자 막판 파리 시장 후보로 차출됐다.
마크롱 대통령의 리더십 상실은 LREM 자체의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 환경·좌파적 정책을 중시하는 그룹과 경제적인 자유주의를 중시하는 그룹이 나뉘어 갈등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야당에 합류하지 않았을 뿐, 이 분열로 LREM은 사실상 과반이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롱 정부는 위기 돌파를 위해 개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이미 경찰조직의 신뢰를 상실한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프랑스 내무장관의 교체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관건은 필리프 총리의 교체 여부다. 지난 6월 초 프랑스조사회사 IFOP 여론조사에서 필리프 총리의 지지율은 53%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40%)을 훌쩍 뛰어넘었다.
엘리제궁은 필리프 총리의 르아브르 시장 당선에 대해 “아름다운 승리다”라고 축하했다. 아울러 마크롱 대통령이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29일 필리프 총리와 단독 면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로 석 달가량 미뤄진 이날 지방선거 결선투표율은 41%로, 역대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투표율은 6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