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논란을 빚고 있는 구글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경쟁당국 중 하나인 법무부(DOJ)는 구글의 웹브라우저인 ‘크롬’을 매각하는 시정조치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롬을 통해 검색시장 지배력을 확대한 구글 입장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조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법무부는 구글의 검색 데이터마저도 경쟁업체에 공유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어 인공지능(AI) 시장에서의 지배력도 약화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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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법무부가 온라인 검색시장의 독점을 해소하기 위한 시정조치로 크롬의 강제 매각이 필요하다는 구조적 조치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일정 기간 가격 인상 금지 등 행태적 조치와 달리 구조적 조치는 매각이나 분할 등 사업구조를 바꿀 수 있는 경쟁 당국의 강력한 ‘칼’로 활용된다.
법무부가 이 같은 구조적 조치를 꺼내 든 것은 현재 구글의 온라인검색시장 독점이 워낙 강력하다고 판단해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서는 경쟁이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지난 8월 워싱턴DC 연방법원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법무부가 제기한 ‘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과 관련해 “구글은 독점 기업”이라며 “시장 지배력을 불법적으로 남용하고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결했고, 소송 당사자인 법무부가 경쟁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당초 법무부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매각하는 구조적 조치를 검토했지만, 크롬 브라우저 매각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안드로이드 매각은 구글의 핵심 사업구조를 붕괴하는 더 강력한 조치다.
아울러 법무부는 구글이 특정 데이터나 정보의 사용 권한을 제 3자에게 부여하는 데이터 라이선싱(특허사용계약)을 도입하는 방안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구글이 검색 데이터와 결과를 경쟁업체에 공유하도록 요구하면서 경쟁을 촉진하려는 취지다. 이 조치로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독점적인 지위를 약화하고, 경쟁업체와 AI 스타트업이 자체 검색 엔진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으로 보인다. AI 시대의 구글 독과점을 선제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외 법무부는 구글이 애플,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에 검색엔진을 기본으로 설정하기 위해 매년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는 독점계약을 금지하는 방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등 사업 일부를 매각하는 등 다양한 구제책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챗GPT의 개발사 오픈AI가 강력한 AI 힘으로 검색시장에 도전을 하고 있는 등 시장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어 법원이 법무부의 조치안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자칫 구글의 분할이 오히려 다른 경쟁자의 독점력을 강화시킬 경우 오히려 경쟁이 저하돼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법원은 내년 4월부터 조치안에 대한 재판을 시작해 8월까지 최종 판결을 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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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1심이 법무부 조치안을 그대로 인용하더라도 구글은 즉각 항소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구글의 반독점 위반 혐의가 최종 결론이 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이 커져 사업에 지장을 받을 경우 구글이 법원과 적당한 선에서 합의할 수도 있다. 앞서 1990년대 후반 MS는 운영체제 부문과 소프트웨어 부문을 분할하라는 1심 판결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윈도우에 다른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법원과 합의를 했다.
내년에 빅테크 규제에 부정적인 트럼프2기 정부가 출범하는 것도 변수 중 하나다. 사법부는 원칙적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기 때 임명한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한 대법원이 최근 트럼프 의중에 맞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재선이 이 사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