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될 전망이다. 박 장관은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첫 외교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 4개월여 만에 해임 위기에 놓였다.
| 박진 외교부 장관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열리기 전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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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표결 처리를 시도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윤석열 대통령 순방외교 논란의 총체적 책임을 물어 박진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일 정상회담 굴욕외교 논란 △한미 정상의 48초 회동 및 미 의회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부적절 발언 논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참배 취소 등을 문제 삼았다.
현행 국회법상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1(100명)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150명)으로 의결된다. 민주당은 현재 169석을 보유한 다수당이기 때문에 일단 본회의에 해임건의안이 상정돼 표결에 부쳐지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회의 해임건의는 문자 그대로 ‘건의’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수용할 의무는 없다. 윤 대통령도 순방 기간 비속어를 사용해 미 의회를 폄훼했다는 논란을 극구 부인한 만큼, 박 장관을 해임할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 그럼에도 국회를 통과한 6번의 장관 해임건의 가운데 박근혜 정부 당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향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여당은 박 장관을 엄호하며 해임건의 철회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국제위원장인 태영호 의원은 이날 “아무런 법적 강제성 없는 해임건의안은 윤석열 정부의 발목 잡기가 아니라 발목 꺾기를 하려는 정치적 공세”라며 “민주당의 주장대로 윤 대통령의 순방 외교가 외교 참사라면 상대국으로부터 강한 항의나 제재가 들어왔을 텐데 문제는 오직 야당에서 제기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성일종 정책위의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함께 김진표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의장은 “민주당과 협의해서 최대한 노력을 해봐 달라”고 권고했다.
한편 박진 장관은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기 위해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제7차 ‘한·영 외교장관 전략대화’에 참석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수행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9일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윤 대통령은 국정 발목잡기 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이와 별개로 박 장관의 리더십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