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9시 부천세종병원 지하 강당. 수십 명의 사람이 위생복을 입고 테이블 앞에 정렬해있다. 결연한 눈빛은 마치 수술대 앞에 선 의료진 같다. 테이블 위에 놓인 건 잘 절인 배추와 맛있게 버무린 빨간 양념. 병원 안에서 때아닌 대규모 김장 행사가 열린 것이다. 위생복을 입은 이들은 병원 간호사 등 의료진과 지역 주민들이다. 얼굴에 양념이 튀어도, 어깨가 점점 무거워져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본격 겨울을 앞두고 사정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김치 생각에 흐뭇한 미소만 지을 뿐이다. 생사기로의 긴장감이 가득한 병원은 이날 맛있는 김치 냄새와 사랑 나눔 향기, 열정으로 가득 찼다.
행사에 참여한 부천세종병원 정다은 간호사(특수검사팀)는 “입사하고 처음 김장 행사에 참여했다. 병원에서 하는 김장 행사는 그 의미가 더 남다른 것 같다”며 “주민들과 함께 어우러져 김장 나눔을 하며 ‘나도 지역사회의 일원이구나’를 느꼈다. 정성스레 만든 김치를 우리 이웃들이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부천세종병원 임직원은 물론, 소사본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소사본종합사회복지관·새마을부녀회 및 자생 단체 등 소속 주민 60여명이 참여했다. 지역 내 어린이집에서도 따뜻한 성금을 보탰다. 이들은 이날 총 3천㎏의 김장김치를 마련했다. 김치는 향후 지역 내 저소득층 300가구에 나눠(가구당 10㎏)서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소사본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임형섭 위원장 “기쁨은 함께 나누면 배가 되고 어려움은 함께 나누면 반으로 줄어다는 것처럼, 많은 분께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며 “마음을 다해 마련한 김치로, 우리 동네가 따뜻한 겨울을 맞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