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은 현실…러시아 심사위원 악수 거부해야 했다"

우크라이나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러 바딤 레핀과 악수 거부, 전쟁 비극 일깨워
좋아하는 음악에만 몰두하는 'MZ세대'
우승 투어로 첫 내한…26일 국립심포니 협연
  • 등록 2024-09-24 오후 6:00:00

    수정 2024-09-24 오후 7:23:32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바딤 레핀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와 악수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 (사진=SBU)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불리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올해 바이올린 부문으로 지난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다. 이번 콩쿠르에선 우크라이나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25)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우승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우도비첸코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과의 악수를 거부한 일이었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비극을 다시금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콩쿠르 우승 기념 공연을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우도비첸코를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레베누보 빌딩 쇼팽홀에서 만났다. 그에게 콩쿠르 당시 일화를 다시 물었다. 우도비첸코는 “레핀은 음악가로서 존경하는 연주자이고 그가 러시아와 벨기에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며 “그가 단지 러시아 사람이기 때문에 악수를 거부한 건 아니었다. 나의 교수님 중에도 러시아 사람이 있고, 콩쿠르 심사위원 중 러시아 출신이 또 있었다”고 말했다.

우도비첸코가 레핀과의 악수를 거부한 이유는 레핀이 러시아 정부와 가까운 인물이라는 판단에서다. 레핀은 트랜스 시베리아 아트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우도비첸코는 “레핀이 음악감독을 맡은 이 축제는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리고 레핀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이후에도 러시아 정부로부터 몇 차례 상을 받았다”며 “러시아라는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러시아 정부를 지지하거나, 그 일부로 참여하는 연주자와는 작업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 (사진=SBU)
우도비첸코는 음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음악은 정치적인 맥락에서 벗어나 있다”는 생각에서다. 다만 우도비첸코에게 전쟁은 삶이자 현실이다. 그는 “내 고향은 러시아 국경과 인접해 있어 지금도 사람들이 전쟁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잠깐이나마 기쁨을 안겨주고 싶었고 전쟁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있다는 걸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심사위원과의 악수 거부 사건으로 강단 있는 이미지로 각인됐지만 이날 인터뷰에서 만난 우도비첸코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MZ세대’였다. 그가 몰두해 있는 것은 바로 음악이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에게 음악은 운명이었다. 그의 부모님은 물론 동생도 비올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우도비첸코는 5세 때 바이올린을 처음 시작했다. 나중에 비올리스트가 되기 위해서였지만 바이올린에 더 매료됐다. 2016년부터 독일에서 유학 중인 그는 현재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를 사사하고 있다.

우도비첸코는 오는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슈만, 교향곡 4번’의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심포니 음악감독 지휘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2위를 차지한 미국 출신의 조슈아 브라운과 한국 투어도 한다. 울진(24일), 경주(25일), 제주(29일) 등에서 공연한다. 11월 다시 내한해 DMZ 오픈 국제음악제에 출연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서 1주일 넘게 머물며 많은 공연을 하는 만큼 한국 관객과 만나는 것에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 (사진=S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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