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풀어준 대법원에 날개 단 트럼프…시장은 인플레 걱정

일부 혐의 면책특권 적용여부 하급심에 떠넘겨
11월 대선 전 재판ㆍ판결 사실상 불가능 전망
시장은 이미 트럼프 재선 가능성에 베팅 나서
美10년물 국채금리 연일 급등…다시 4.5% 근접
  • 등록 2024-07-02 오후 5:32:11

    수정 2024-07-02 오후 6:59:51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대통령 재임 중에 한 모든 공적 행위는 면책특권을 갖는 것으로 추정된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대법원 앞에서 시위대가 ‘트럼프는 법 위에 있지 않다’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AFP)
미국 연방대법원이 1일(현지시간) 대통령의 재임 중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 적용 여부·범위에 대한 사상 첫 판결에서 공적 행위는 형사기소를 면제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의 민·형사 면책특권 문제를 분명히 다루지 않고 있어서 논란이 됐지만, 이번에 명확하게 정의를 내린 것이다. 대법원은 대통령이 대통령직의 핵심적 책임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면책특권을 가지며 그 외 모든 공적 행위에 대해서도 추정적으로 면책특권을 가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비공식적인 행위에 대해선 면책특권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의 4개 범주 가운데 법무부와의 논의는 절대적 면책특권이 적용된다고 판단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하급심 법원이 법리를 어떻게 적용할지 판단하라고 되돌려 보냈다.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에게 대선 결과 인증 거부를 압박한 혐의와 친트럼프 성향 선거인단 조작 혐의, 트럼프 강성 지지자들의 1ㆍ6 의회 난입 사건 관련 행동에 대한 면책특권 적용 여부는 하급심이 다시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오는 11월 대선 전 트럼프의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재판이 시작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급심이 빠른 결정을 내리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고하면 대법원 최종 판단이 대선 전에 내려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트럼프의 재판 지연 전략이 먹혀든 것이다. 대법원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지난달 27일 첫 TV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는 대선 가도에 날개를 달게 됐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율 격차는 다시 벌어지고 있다. 하버드대 미국 정치연구센터와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가 첫 대선후보 TV 토론 직후인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등록 유권자 20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지지율은 47%로 바이든(41%)을 6%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를 심화시킬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트럼프 재선 시 모든 국가에 10% 보편적 관세, 중국에 최소 60% 관세 등 대규모 관세를 추진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 경우 수입 물가가 급등하면서 잠잠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트럼프는 대규모 소득세·법인세 감세 공약을 내걸고 있는데 이 경우 가뜩이나 눈덩이처럼 커진 적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재무부가 더 많은 국채 발행에 나서고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커진다.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이틀 새 급등해 4.5%까지 근접한 이유다.

이 같은 예상은 저명한 경제학자들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최근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등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16명은 최근 공동서한을 통해 트럼프가 재임에 성공하면 글로벌 내 미국의 경제적 지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고, 미국 국내 경제 또한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많은 미국인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무책임한 예산 집행으로 (지금은 둔화한) 인플레이션을 다시 촉발시킬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그룹의 조지 콜 이코노미스트는 “당분간 공화당 승리 가능성에 국채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며 “특히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관세 등 무역 정책으로 인한 위험으로 초점이 옮겨질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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