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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TV 토론 자체로 주식시장이 즉각 어떠한 반응을 보이진 않겠지만, 토론 이후에 나올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시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통상 토론에서 이긴 후보 쪽이 2%포인트 정도의 지지율을 갖고 간다는 경험칙이 있다 보니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거나 좁혀질 수 있습니다.”
리버프런트 인베스트먼트그룹에서 선임 시장 전략가로 활약하고 있는 레베카 펠턴은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전망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내 여러 기관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평균 7%포인트 정도 앞서고 있습니다. 만약 첫 토론에서 바이든이 지지율 2%포인트를 가져간다면 트럼프 측에 10%포인트 가까이 앞설 수 있구요. 반면 트럼프가 우세하다면 양 측 간 격차는 5%포인트 안쪽으로 좁혀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29일부터 시작되는 올 대통령선거 TV 토론은 예년보다 적은 단 세 차례만 치러지는데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유세가 불가능하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중요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오랜 방송 출연 경험으로 인해 무대에 강한 체질인 트럼프 현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토론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대선 판세를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전국 지지율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에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제 미국 대선은 휠씬 더 복잡해서 전국 지지율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앞선 지난 2016년 대선만 봐도 그랬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현 대통령보다 전국에서 300만표 가까이 더 많은 표를 얻었지만 실제 선거인단에서는 트럼프가 우위를 점해 백악관의 주인이 됐습니다.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에서의 승리 덕이었습니다. 현재 스윙 스테이트에서의 지지율을 보면 바이든이 앞서 있긴 해도 트럼프와의 격차는 전국 지지율 격차에 비해 훨씬 더 좁혀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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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와 같은 모델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을 거의 80%로 점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선까지는 여전히 한 달 이상 남아 있고 그 사이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 보니 현재 민간 베팅사이트에서는 바이든 후보의 승리 확률을 54% 정도로 보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선 외에도 상원 투표 판세도 중요합니다. 의회의 지지가 없을 경우 대통령은 여러 이슈에서 손발이 묶일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실제 지난 201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에서의 다수당 지위를 빼앗긴 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후반부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상원이 어느 당에게 넘어갈지는 아직 불투명하긴 합니다. 각 주는 100석의 상원에서 두 석씩을 나눠 가지는데요. 올해 투표에서는 총 100석 중 35석에 이르는 상원의원을 새로 뽑게 됩니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에서 53대 47로 6석의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번 투표에서 새로 선출되는 35석 중 23석은 현재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고 12석은 민주당 차지인 만큼 다수당을 유지하기 위해 공화당이 의석 수를 지켜야 할 부담이 훨씬 더 큰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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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백악관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와 상원 다수당을 어느 쪽이 차지하느냐에 따라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겠습니다. 전망기관들이 가장 높은 40% 정도의 확률로 점치는 시나리오는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민주당이 상원에서도 다수당이 되는 쪽입니다. 이 경우 바이든과 민주당은 내년 초 대규모 재정부양 패키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풀리는 재정지출은 주택시장과 사회 안전망, 헬스케어 등에서의 투자 확대에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이렇게 늘어나는 재정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인하했던 법인세율과 소득세율 등을 줄줄이 다시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같은 세율 인상은 주식시장에 일부 압박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율 인상이 주로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법인세율과 배당 및 자본소득세율 인상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증시 타격은 불가피합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재정부양책으로 인해 세율 인상에 따른 충격은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겠습니다.
무역정책에 있어서 바이든과 민주당은 중국에 대한 강경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럽에 대한 압박은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과의 대결을 위해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이런 공조를 통해 중국에 맞설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바이든이 트럼프에 비해 훨씬 예측 가능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다 보니 바이든이 대통령이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 시절보다는 더 안정적인 글로벌 교역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달러화 공급 확대에 따른 달러화 약세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시장금리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재정부양으로 인해 장기금리가 올라가며 채권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질 수 있습니다.
반면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할 가능성은 30% 정도로 점쳐지는데요. 트럼프가 연임한다면 추가적인 세금 경감과 규제 완화에 치중하겠지만, 법인세율 등은 이미 낮아질 만큼 낮아져 있고 추가 규제 완화 여력도 크지 않을 겁니다. 더구나 하원에서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계속 발목을 잡을 수 있구요. 재정정책에서는 지금처럼 추가 부양에는 다소 소극적일 수 있습니다. 결국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불확실성 해소로 인해 초기에는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되살아 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인 수혜는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미국 내에서 민주당의 훼방으로 인해 취할 수 있는 정책에 한계가 있다 보니 대외정책이나 무역정책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본질적으로 중국 등과의 무역분쟁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위험자산 선호가 제한될 것이고, 글로벌 교역 회복도 제한되면서 달러화는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끝으로 바이든이 백악관의 주인이 되면서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을 유지하는 가능성이 20% 정도로 가장 낮은데요. 이 경우 제한적인 추가 재정부양책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지만 세율 인상이나 추가 재정지출 확대 등은 상원 내 공화당에 막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 만큼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으로 인해 과거에도 대선 직전 10월부터 뉴욕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 왔습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10월부터 뉴욕증시는 과거보다 더 부진할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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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초기 개표에서 우위를 점할 경우 그동안 우편투표의 신뢰성을 심하게 깎아 내렸던 트럼프로서는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투표용지가 든 우편물은 선거 당일 날 저녁이나 밤 늦게 도착해 주로 후반부에 개표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는 총 투표의 4분의1 정도가 우편투표에 의해 이뤄졌는데요, 올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투표가 접전으로 갈수록 트럼프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사후에 공석인 대법관 자리에 보수 성향의 코니 배럿을 앉히려고 하면서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악감정이 쌓이고 있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앞서 지난 2016년 당시 상원을 장악하고 있던 공화당은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선임한 대법관에 대한 표결을 거부했었는데요. 그랬던 공화당이 패스트트랙 절차까지 이용해 대선 이전에 배럿 대법관 후보자 지명을 강행 처리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공화당이 배럿 대법관의 지명을 강행할 경우 대선 이후 어떠한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주요 법안들이 처리하기 위해서는 상원에서 적어도 60석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금도 53석에 불과한 공화당 입장에서는 민주당 협조 없이는 어떤 법안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더구나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상원 내 다수당을 점할 경우 단순 과반만 되도 주요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 변경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바이든이 승리하지 않아도 상원 다수당만 확보하면 민주당은 사실상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을 점하게 된다면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는 게 증시에는 더 유리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최근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미국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운영책임자(COO) 5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 중 70%가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정부 지출로 인해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든지 법인세율이 인상될 것”이라고 답했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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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관심을 끄는 정책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무역정책인데요. 이 역시 누가 대선에서 이기든 미·중 관계는 현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실제 퓨리서치센터가 올 3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미국인들의 73%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적극적인 대중국정책에 대해서도 초당적인 지지를 보였구요. 이렇다 보니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해도 현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유지하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두 나라 관계에 다소 변화가 올 순 있습니다. 바이든은 트럼프에 비해 더 예측 가능하고 중국에 대한 자세에 일관성을 가지고 있으니 지금까지와는 달리 불확실성의 수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뜻이구요. 아울러 바이든은 실용적이라 유럽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냉랭했던 폰 데 라이언 EU 집행위원장이 최근 미국과의 공조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부분도 바이든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