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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해수위 안건조정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안건조정위 제3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쌀값 안정을 위해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겼다. 임의조항으로 규정된 쌀 시장격리를 의무조항으로 바꾼 것이 골자다.
앞서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달 25일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쌀 45만 톤(t)을 추가 격리하기로 하면서 추가 조처는 필요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법안이 시행될 경우 오히려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고 농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를 해왔다.
여야 간 샅바 싸움이 지속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지난달 15일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개정안을 의결하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안건조정위 회부를 신청해 ‘시간 끌기’에 돌입했다. 안건조정위는 다수당의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여야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해 법안을 숙의·심의하도록 한 제도다.
다만 국민의힘의 시도는 실효가 없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안건조정위는 의원 수가 가장 많은 교섭단체(민주당)와 제1교섭단체에 속하지 않은 의원을 같은 수로 구성한다. 다만 무소속 의원이 있을 시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이뤄진다. 무소속 의원 한 명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면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은 무소속 1명에 해당하는 몫으로 민주당 출신인 윤미향 무소속 의원을 배치하면서 사실상 강행 처리 작업을 사전에 마쳤다.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을 향해서 “법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자는 취지로 안건조정위 상정을 요청한 여당이 2차에 걸쳐 참석하지 않았다”며 “안건조정위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고 오히려 발목잡기만 하겠다는 것으로, 이런 상태로는 건설적 대안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윤미향 의원도 “개정안은 계속 농민을 돕는 선심성 목적이 아니라 사회보험의 성격이 강하다”며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농해수위 의원들은 민주당의 법안 처리 이후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민주당이 농민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라고 주장하며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진정 누구를 위한 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농민단체에서 지적받은 것처럼 문재인 정부의 쌀값 가격 실패를 덮고자 하는 법인가. 또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위기를 덮으려는 법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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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민주당의 강행에는 이 대표의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 이 대표가 ‘성과’를 가장 빠르게, 가장 눈에 띄게 낼 수 있는 법안으로 양곡관리법을 뽑았다는 것이다. .
민주당 관계자는 “우상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세웠던 핵심 과제 중 이미 진척이 있던 ‘양곡관리법’을 빠르게 처리함으로써 ‘일하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동시에 여당으로부터 ‘민생’ 아젠다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해수위 안건조정위가 열리기 전 ‘국민발언대-쌀값 정상화편’ 행사를 최고위원회의와 함께 진행한 것도 법안 처리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농민 대표들을 최고위 회의에 직접 세운 이 대표는 “쌀 농가들이 겪는 어려움, 우리 농업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와 안보적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며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당내 고위관계자는 “농민 관계자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자리는 곧 여당에게도 압박이 됐을 것”이라며 “의도적은 아니었으나 법안 통과에 분명히 긍정적인 작용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통과된 양곡관리법 일부 개정안은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및 본회의를 통과 시 법안 효력이 발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