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인프라를 위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고 스마트폰용 반도체 판매 호조와 화웨이 긴급 수주로 인한 수혜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D램 가격 하락과 시장에 풀려 있는 재고 소진으로 인한 수요 감소, 미국의 화웨이 제재 영향 등 불확실성이 높아져 4분기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가장 먼저 실적을 공개한 D램 반도체(메모리 반도체) 판매 세계 3위 기업인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올 6~8월 매출이 60억6000만달러(약 6조9623억원)로 전년 대비 24%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78% 급증한 11억5700만달러(약 1조3525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클라우드 등 비대면 트렌드로 자연스럽게 높은 성과를 거둔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또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앞서 화웨이가 반도체 긴급 수주 물량을 늘린 것도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론은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에서도 약 20%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인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와 메모리 판매가 호조를 띄었을 것”이라며 “중국 화웨이로부터 들어온 긴급 수주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메모리 반도체 매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1조30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43%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제품의 평균 판매가가 모두 하락해 지난 2분기보다는 하락한 수준이지만 8월, 9월까지 이어진 화웨이의 긴급 조달 물량을 소화하며 영업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판단된다.
“D램 가격 더 떨어질 것”…4분기 안갯속
화웨이 긴급 수주 물량을 받지 않았지만 실적 향상을 전망한 곳도 있다. 오는 15일 3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인 전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는 앞서 9월 매출액을 공개했는데, 월별 사상 최고치를 다시 한번 경신했다.
업계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IoT), 고성능 컴퓨터 등으로 위탁생산을 맡는 반도체 수요가 견조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부진했던 스마트폰 판매가 하반기에 폭발해 모바일 AP 물량도 늘어났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TSMC의 호실적 이유 중 하나로 고성능 기술이 적용된 후공정 매출이 증가한 것도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TSMC 후공정 매출 비중은 10% 미만이지만 엔비디아와 애플 등 주요 고객사들이 TSMC 전·후 공정 서비스에 더욱 의존하도록 만드는 열쇠”라며 “삼성전자도 TSMC와 격차를 줄이려면 5나노미터(nm·10억분의 1), 7nm 등 선단 공정뿐 아니라 고성능의 후공정 시설투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내놓고 있는 잇단 호황에 업계 1위인 미국의 종합반도체 기업 인텔의 실적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텔은 지난 7월 7nm 반도체 출시를 미루고, 팹리스(Fabless)기업인 엔비디아에 시가총액이 밀렸지만 코로나19로 분기 실적은 양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텔은 이달 20일(현지시간) 실적을 공개한다.
한편 4분기 반도체 업계의 업황은 안갯속이다. 지난 7월 급락했던 PC향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3개월 연속 멈춰있는데다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쳬 트렌드포스는 “D램 시장 전체가 공급과잉 상태”라며 “오는 4분기에 PC D램 가격은 3분기보다 10%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