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절의 숨은 조력자, 마이크로RNA 발견자들 노벨상 수상"

빅터 앰브로스·게리 루브쿤, 마이크로RNA 연구
마이크로 RNA 역할과 기능 규명해 차세대 연구로 확장
  • 등록 2024-10-07 오후 7:29:30

    수정 2024-10-07 오후 9:55:42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유전자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새로운 유형의 리보핵산(RNA) 연구에 기여한 연구자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마이크로RNA(microRNA)를 발견하고 그 기능을 규명한 공로로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을 2024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RNA는 유전자 발현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이들의 발견은 생명과학 연구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빅터 앰브로스(왼쪽)와 게리 러브컨(오른쪽).(사진=매사추세츠대 의대, 하버드대 의대)


마이크로 RNA는 식물, 동물, 바이러스 등에서 발견되는 약 22개의 뉴클레오타이드로 구성된 작은 RNA 분자다. 생물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작은 RNA 분자들의 집단인 리보핵산의 일종이다.

노벨위원회는 “유전자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RNA를 발견해 인간을 포함한 다세포 생물에 필수적인 유전자 조절 원리를 제시한 공로로 이들을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며 “현재 인간 유전체는 1000개가 넘는 마이크로RNA를 입력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들의 발견은 생물이 발달하고 기능하는 방식에 새로운 지평을 넓혔다”고 밝혔다.

이들은 마이크로RNA를 발견함으로써 유전자 조절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특히,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이라는 작은 곤충을 모델로 한 연구를 통해 유전자 조절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일반적으로 DNA는 RNA를 만들고, RNA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정보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앰브로스와 러브컨은 전령RNA(mRNA)의 발현량을 조절해 특정 단백질의 합성을 억제하거나 촉진하는 마이크로RNA의 존재와 기능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를 통해 세포가 단백질을 필요한 만큼만 만들 수 있도록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암세포의 경우 마이크로RNA를 통해 특정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면 세포 증식을 조절할 수 있어, 암 치료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다.

김성수 경희대 의대 명예교수는 “수상자들은 마이크로RNA의 기능을 최초로 규명하여 관련 연구의 영역을 크게 확장시켰다”며, “최근에는 마이크로RNA 연구가 성숙기에 접어들며 차세대 연구 분야인 긴 비코딩 RNA(long non-coding RNA) 연구로도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번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유전자 조절의 새로운 원리를 밝혀 생명과학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향후 다양한 질병 치료에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앞서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은 코로나19에 효과적인 전령RNA(mRNA)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한 뉴클레오시드 염기 변형을 연구한 커털린 커리코와 드루 와이스먼이 받았다. 그동안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수상자 중 최저 연령자는 31세(프레더릭 밴팅)이며, 가장 고령은 87세(페이턴 라우스)이다.

한편, 수상자들은 총상금 1100만 크로나(약 14억2000만원)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을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이날 생리의학상(7일)을 시작으로 물리학상(8일), 화학상(9일), 문학상(10일), 평화상(11일)을 거쳐 경제학상(14일) 수상자가 발표된다. 수상자들은 알프레드 노벨이 그려진 금메달과 함께 노벨상 증서, 상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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