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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독재·독재자 공방이 뜨겁다.
여권은 자유한국당이 신군부의 민주정의당 후신이라고 지적하면서 ‘독재자의 후예’라고 쏘아붙이고 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기존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좌파독재 공세에 더해 ‘신(新)독재’라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통해 민주화가 이뤄진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야가 지지층 결집을 모색하면서 “네가 독재자”라는 퇴행적인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與 “한국당, 스스로 ‘학살 추종자’ 자임”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20일 한국당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던 문재인 대통령의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를 거론하면서 ‘한국당은 독재자의 후예’라는 주장을 공식화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5.18 가치 훼손에는 전두환 신군부가 쿠데타로 만든 민정당의 후신인 한국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한국당은 39년 전 쿠데타를 일으키고 시민을 무차별 학살한 세력과 단절하려면, 다시 민주주의를 짓밟고 권력을 찬탈할 의사가 없다면, 진상규명 활동에 이제라도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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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이처럼 상대방을 겨냥해 독재자 프레임을 씌우면서도 정작 자신에 대한 공세에는 발끈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념 특별대담에서 “촛불민심에 의해 탄생한 정부를 그냥 독재라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색깔론을 더해서 좌파독재 이런 식으로 규정짓고 투쟁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도 “5.18 특별법을 제정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사형선고까지 한 김영삼 정부가 독재자의 후예인가”라며 “(12.12 쿠데타 주역이자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을 통해 더 이상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개혁한 김영삼 정부가 독재자의 후예인가”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가 지지층 결집을 모색하면서 ‘독재자’라는 극단적 표현을 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양쪽의 프레임 전쟁”이라며 “프레임 전쟁을 하는 이유는 내년 총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독재논쟁은 한국당이 먼저 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민주당 쪽에서는 거기에 맞대응할 카드가 마땅한 게 없어서 과거 얘기를 끄집어냈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역시 “사실상 총탄 없는 총선전쟁이 가시화됐다”며 “자기 지지층 결집을 극대화하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여야 간 이념 대립 구도가 첨예화하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배 소장은 “서로가 서로를 독재자라고 하면 절충점은 없어진다”며 “상호 독재자 프레임은 중간지대가 없다는 점에서 극단주의 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