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산책 나왔어요”…평화 찾은 한남동 관저 앞

대규모 집회 마무리…거리 평소 모습 되찾아
일부 참가자들은 관저 앞에서 자리 지키기도
주민들 “고요함 느껴…다시 집회 열릴까 걱정”
집회 참가자 다수는 과천 공수처 청사로 이동
  • 등록 2025-01-15 오후 2:31:14

    수정 2025-01-15 오후 2:31:14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하자 대통령 관저 앞엔 다시 평온함이 찾아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첫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보름 넘게 이어지던 대규모 집회가 마무리되면서다. 인근 주민들은 오랜만에 느끼는 고요함을 반기면서도 재차 집회가 발생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 체포·탄핵을 반대하는 집회가 정리되고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선 윤 대통령 체포·탄핵을 반대하는 집회가 한창 정리되고 있었다.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첫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이어왔던 관저 앞 집회가 중단되면서다. 이들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관저 앞 도로에 늘어섰던 경찰 버스와 경력도 대부분 사라진 모습이었다.

연일 대규모 집회가 열리던 거리는 집회 참가자들의 정리로 평소 모습을 대부분 되찾았다. 다만, 관저 앞 거리에 놓인 대통령·경호처 응원 화환과 육교·버스정류장에 붙은 현수막·손팻말 등은 여전히 남아 이곳이 집회 장소였다는 점을 떠올리게 했다. 거리 한편엔 집회 참가자들이 내놓은 쓰레기가 한 무더기 쌓여 있기도 했다.

관저 앞에 놓여 있는 망가진 경찰의 질서 유지선으로는 윤 대통령 체포 당시 지지자들의 거칠었던 몸싸움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윤 대통령을 지키지 못하면 자유민주주의를 잃게 된다”, “대통령을 체포하는 게 내란 아니냐”고 외치기도 했다. 관저 앞에 그대로 자리를 지키는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거리에 집회 참가자들이 내놓은 쓰레기가 쌓여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이와 함께 관저 인근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던 윤 대통령 탄핵·체포 촉구 단체들은 윤 대통령 체포 직후 해산했다. 지난 10일 이후 관저 앞 농성을 이어가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 시간 이후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구속을 위한 투쟁의 거점이었던 천막 농성장을 철수한다”며 “천막농성 투쟁에 함께 한 모든 조합원 동지·시민 여러분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집회를 벌여오던 단체들의 철수에 관저 인근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남동 주민인 박모(43)씨는 “올해 처음으로 집회 노래·연설 소리 없이 고요함을 느낄 수 있어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오게 됐다”면서도 “아직 이번 사태가 완벽히 끝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집회가 다시 열리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집회를 벌이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이 수사받고 있는 경기도 과천 공수처 청사 앞으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곳에 결집해 윤 대통령 체포·탄핵의 부당함과 공수처의 수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경찰의 질서 유지선이 망가진 채 놓여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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