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가 현재 미국 자동차 관세율(2.5%)을 높이려는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트럼프 1기 때 관료들을 만나면 그때 하지 않아서 후회한다는 얘기가 많다.”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한국 통상정책을 지휘했던 역대 통상교섭본부장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을 두고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인플레감축법(IRA), 반도체법 등을 당장 폐지하진 않겠지만, 보조금 규모를 축소하거나 유리한 분야만 선별해 새로운 법안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자동차의 경우 정치 성향을 떠나 관세 부과에 대한 미국 내 입장이 일관된 만큼 한국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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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는 11일 통상정책 베테랑인 역대 통상교섭본부장들을 초청해 트럼프 신정부 통상정책 전망과 대응책 모색을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 경험은 물론이고 트럼프 1기와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 대응에 관여했던 인사들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보편과세’다. 모든 국가에 관세를 부과해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관세 정책을 당연히 시행할 것이라면서도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하게 하긴 어려울 것으로 점쳤다.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무역적자국 8위인 한국은 트럼프 정부의 1순위 고려대상은 아니다”면서도 “중국, 멕시코 등 일부 국가에 이어 타깃 국가가 될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FTA·IRA·칩스법 폐지 어려워…축소 가능성 有”
이들은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FTA, IRA 등을 즉각 폐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축소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박태호 원장은 “전체 폐지보다는 보조금 감축 등이 예상된다”며 “우리가 위축될 필요는 없다. 투자를 더 하는 등 방법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한미 FTA 협상의 수석대표로 활약했던 김종훈 전 의원은 “보편관세 도입 등을 통해 기존의 FTA를 폐기하거나 전면 수정하는 건 대외관계 전반과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미국이라도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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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전 의원은 “일본이 한창 자동차로 흑자를 볼 때 미국이 (일본에) 자발적으로 수출을 자제하라고 하면서 숫자를 정해놓고 그 이상 팔지 말라고 암묵적인 합의를 한 적이 있다”며 “이런 방식이 다시 소환될 가능성이 있고 그것이 안 되면 더 강한 수법을 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한구 위원은 “정치적으로 민감해 물량 규제가 가능할 것”이라며 “관세나 수출 물량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형태로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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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은 트럼프 2기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한구 위원은 “이 상황은 모든 국가들이 겪는 것이어서 우리 스스로 타깃을 만들 필요는 없다”며 “한국 기업들의 위상은 8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고 미국이 제조업을 일으키려고 하는 데 있어 한국 기업들 없이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명희 교수는 “명분을 주면서 우리의 실속을 차릴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한 협상 패키지안을 다각적으로 미리 검토해야 한다”며 “민관의 긴밀한 정보 교환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호 원장은 “미국 수출량을 유지하려면 첨단 기술 제품을 만들면서 우리가 첨단 소부장 제품을 파는 나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며 “미국을 파트너로 해 연구개발(R&D)을 많이 하면서 제품을 전 세계에 파는 글로벌 허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공급망을 다변화해야겠지만 중국이 세계 2위 시장인 만큼 놓칠 수는 없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