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민간업체가 어떤 제품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5세대(5G) 기술 보안문제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도 협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외교부는 14일 이태호 2차관과 키이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제5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경제안보 이슈로서 클린 네트워크를 거론했다고 한다. 화웨이나 ZTE 등 특정 중국기업을 거론하며 배제하라는 등의 언급은 없었다. 다만 클린 네트워크라는 것 자체가 이같은 내용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8월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성명에서 화웨이와 ZTE 등을 콕집어 ‘신뢰할 수 없는 IT공급자’라고 설명하며 클린 네트워크에 동참하는 31개의 이동통신사 목록을 공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SKT나 KT를 이에 동참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혔다. 반면 화웨이 통신장비를 통해 5G망을 구축하려는 LG유플러스에 대해서는 화웨이 제품 사용 중단을 촉구해왔다.
|
다만 이 당국자는 “미국이 5G 통신망 보안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보안 이슈는 우리 국익에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현재 관계부처에서 이 부분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고 외교부는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 등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반(反)중국 경제블록 구상으로 알려진 경제번영네트워크(EPN)는 이날 회의에서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은 지난 6월 SED 개최를 위한 국장급 회의에서 EPN 구상을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미국 측이 동참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대신 이날 회의에서는 팬데믹 사태로 드러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 중국 주도의 공급 사슬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리적 방향성을 가지고 심도 있는 이야기가 진행된 것은 아니고, 코로나19로 공급망 취약성이 드러난 만큼 복원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졌다”며 “우리 측은 이번 코로나19로 한국의 제조역량이 드러난 만큼 우리가 새로운 제조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기회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는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우리 측에서는 양동한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 정의혜 아세안국 심의관을 비롯한 외교부 관계관, 주미대사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수출입은행,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관계자 등 약 30명이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버지니아 팔머 에너지자원 대사와 맷 머레이 무역정책협상 부차관보, 마크 내퍼 부차관보를 비롯해 국무부와 재무부, 보건부, 국제개발처(USAID), 국제개발금융공사(DFC) 등 40여 명의 대규모 대표단이 참가했다.
오는 22일 우리나라 신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연계 협력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한·미 간 혁신 분야 협력을 주제로 제4차 한미 민관합동경제포럼이 열린다. 내년도 제6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및 제5차 한·미 민관합동경제포럼은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