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싸움에…부실징후 기업들 '재기 기회' 놓칠라

'워크아웃' 근거법 두달 뒤 일몰
미연장시 경영정상화 지원 못받아
여야 대립으로 상임위 소위 중단
"민생 법안...초당적 처리해야"
  • 등록 2023-08-17 오후 4:42:44

    수정 2023-08-17 오후 7:44:41

지난 7월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김종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코로나 사태로 잠시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이 은행의 ‘회생 지원’을 받지 못할 처지에 내몰렸다. 오는 10월 중순 만료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하 기촉법) 연장 논의가 국회에서 중단된 탓이다. 여야 간 대립으로 재기 가능한 기업들이 문 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기촉법 담당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4일 이후 이 법의 연장 논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정무위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로, 이 법이 연장되려면 소위를 거쳐 정무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 문턱을 차례로 넘어야 한다. 지금 논의가 한창 이뤄져도 시간이 빠듯한 마당인데 국회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기촉법은 부실이 날 것으로 우려되는 기업(부실징후 기업)이 정상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법이다. 해당 회사들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채권단)이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자체 판단하면 ‘워크아웃’ 제도를 통해 만기를 연장하는 등 지원에 나선다. 워크아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사법부에 기업 회생 또는 파산 결정을 넘긴다. 기촉법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 부실기업 정리를 위해 ‘한시법’으로 제정됐지만 지금까지 다섯 차례 연장돼왔고 오는 10월15일 일몰된다.

법이 연장되지 않으면 부실징후 기업들은 은행의 경영정상화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예컨대 수출기업의 경우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무역거래 시 필요한 신용장 거래를 유지할 수 있지만, 법원의 법정관리 하에선 불가능하다. 지난달 4일 정무위 법안소위 속기록을 보면 금융위원회 전요섭 당시 구조개선정책관은 “기업 성격에 따라 워크아웃 제도가 절실히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법원의) 회생 절차와 비교했을 때 (기촉법의) 존속 가치는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 일몰 기한 연장 논의가 중단되면서 지원받으면 되살아날 수 있는 기업들이 재기 가능성을 놓칠 위기에 내몰렸다는 점이다. 부실징후 기업은 코로나 사태를 거쳐 늘어나는 추세다. 부실징후 중소기업은 2020년 153곳이었지만 지난해 말 183곳을 증가했다. 오는 9월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코로나 금융지원이 종료되는 만큼 이러한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지난 지난달 4일까지만 해도 여야 의원들은 기촉법 연장 여부를 놓고 논의를 벌였다. 하지만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이 소위에서 민주유공자법을 단독 처리하면서 이후 소위 자체가 열리지 않고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며 “의사일정이 안잡히고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기촉법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이긴 하지만 성격은 ‘민생 법안’으로 본다”며 “여야가 대립하더라도 이러한 법안은 초당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 여당과 금융위는 기촉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무위에 전달했다. 반면 야당과 법원행정처는 기업 재산권 침해 문제가 있다며 법원의 회생 및 파생 제도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4일 정무위 소위에서 “일몰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먼저 연장을 해서 법을 존치하고 추후 논의를 진행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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