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정강·정책과 당명 변경은 출발점이다.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서 당의 변화된 이미지를 국민에 심어줄 수 있는지가 중요 과제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4일 국회 비대위원장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선 과거와 단절하고 국민에 신뢰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14일 국회 비대위원장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우리 당에 대해 ‘지금 새롭지만 다시 옛날로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회의감이 있어서 100% 신뢰를 하지 않고 있다”며 “그 문제를 불식해야 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은 4·15 총선 등 연이은 선거에서의 패배로 위기를 맞았다. 차기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선 외연 확장을 통한 중도층 확보가 절실했고, 그렇게 영입된 김 위원장은 취임 후 가히 파격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이달 초 취임 100일을 맞은 김 위원장은 호남 끌어안기의 일환으로 광주를 직접 찾았다. 또 극우 단체와 선을 긋는 발언을 쏟아내는 등 ‘좌클릭’ 정치를 보여줬다. 기존 보수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당명과 정강·정책도 변경했다. 성과를 인정 받듯, 지난달 중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이른바 ‘최서원(개명전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근 3년만에 여당 지지율을 역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큰 장애물이 남아 있는데, 바로 전임 지도자 논란이다. 직전 정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 횡령사건에 얽혀 구속됐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불미스러운 과오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진정한 개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들의 사법절차가 완료되면 대국민사과에 나서겠다고 앞서 밝혔었다.
김 위원장은 “두 번의 대통령이 실패한 거라고 본다”면서 “초조하게 기다리지 말자. 정치엔 여유가 필요하다”고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한나라당 시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키고도 ‘경제 민주화’ 갈등으로 등을 돌렸던 예를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었던 상법 개정안엔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으나 재계 반발로 끝내 무산됐었다. 김 위원장은 “한 번 약속을 어긴 경험이 있으니, 국민들이 ‘국민의힘은 뭔가 약속은 하지만 도로 아미타불이 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신뢰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개혁 의지에 따라 향후 선거에서도 인물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기성 인물보다 새 인물을 원하고 있다. 당장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도 윤희숙 등 초선 의원들이 출마를 권유 받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그는 “인생을 사는 동안 기회는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윤 의원도 지난번 ‘5분 발언’을 통해 진가가 나타난 거고, 그런 기회를 포착하면 성공할 수 있는 정치인 될 수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