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법, 이탈표 2표 부족해 폐기…쟁점법안 모두 '부결'

김건희특검법 이탈표 4표 모자라
박찬대 "양심있는 의원 8명 없나"
'권영세·권성동' 원내 장악력 입증
국회증언감정법 부결…기업 '휴'
  • 등록 2025-01-08 오후 5:40:57

    수정 2025-01-08 오후 7:00:19

[이데일리 이배운 박민 기자] 이른바 ‘쌍특검법’으로 불리는 ‘12.3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국회 재표결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업 경영활동 위축, 기밀 유출 우려를 낳았던 국회증언감정법도 부결됐다.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법 등 8개 쟁점법안이 부결되자 야당 의원들이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는 8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쌍특검법과 더불어 양곡 4법, 국회증언감정법 등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8개 법안을 재표결했다. 이 중 내란 특검법은 총 300표 중 찬성 198표, 반대 101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김건희 특검법 역시 찬성 196표, 반대 103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쌍특검법은 지난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나머지 6개 법안은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로 돌아왔다.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으로 재표결에 부쳐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석의원 3분의 2 이상 (200명)’이 찬성해야 한다. 범야권 192석과 더불어 국민의힘에서 8명이 이탈해 찬성해야 하지만, 모든 법안이 찬성 200표를 얻지 못했다.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당론보다 국가의 이익과 양심에 우선해 특검에 찬성해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쌍특검 포함 8개 법안 모두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며 “기존의 위헌·위법성이 그대로라서 당론 부결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서 12명의 이탈표가 나왔고, 그간 3차례 이뤄진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과정에서 국민의힘 이탈표가 점차 늘어난 점을 감안해 이번에도 8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사퇴 후 ‘권영세·권성동’ 투톱 체제의 원내 장악력이 입증되면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쌍특검법 부결 규탄대회를 열고 “국민의힘에 양심을 가진 의원이 8명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소돔과 고모라처럼 국민의힘도 망하게 될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면서 “신속하게 내란 특검법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민주당은 제3자 추천방식을 도입한 ‘내란 특검법’을 9일 재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야당이 특검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제 3자가 특검을 추천하도록 해 특검법 통과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추천 주체에 대해선 원내에서 논의해 정리할 것”이라며 “김건희 특검법은 (별도로)준비하고 추후에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우려했던 ‘국회증언감정법’ 폐기…野 재발의 가능성 ‘변수’

이날 본회의에서는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이 찬성 183표, 부결 115표, 무효 2표로 부결됐다. 법안 통과 시 기밀 유출과 경영활동 위축 등 부작용을 우려했던 경제계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 개정안은 국회가 증인 참고인을 강제할 수 있는 범위와 절차를 확대하고 국회의 권한도 기존 법령보다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특히 ‘서류 제출을 요구받으면 개인정보·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기업의 영업 기밀이 노출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국회증언감정법은 이번 부결로 폐기를 맞게 됐지만, 야당 주도로 재발의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온 일명 ‘노란봉투법’과 ‘방송4법’ 등의 쟁점 법안들은 같은 달 국회에서 재표결에 부쳐졌지만 부결됐다.

이후 민주당은 곧장 해당 법안에 대한 재발의에 착수, 방송4법 등 일부 법안은 이미 발의한 상태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한 노란봉투법 역시 재발의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쟁점법안 야당 강행처리→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국회 재표결 및 폐기→야당 재발의’가 도돌이표 처럼 반복되는 것을 놓고 사회적 갈등과 손실만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탄핵정국에서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된 법안을 야당 주도로 다시 재발의해 ‘정치적 쟁점화’하는 것을 놓고 기업들의 우려도 크다”며 “기업이 본연의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국정 안정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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