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불똥 튄 보험사…부채 관리 ‘빨간불’

기준금리 1%p 인하 시 보험사 지급여력 최대 30%p 하락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금리 인하 속도·정도 예측 어려워”
보험개혁회의서 결정한 정책 변화·개선 실행 속도 느려져
보험업계 "보험사 부채관리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
  • 등록 2024-12-11 오후 5:27:16

    수정 2024-12-11 오후 7:04:54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보험사의 부채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리 인하 속도와 정도를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통상 보험사는 금리 인하 시 부채가 증가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1일 이데일리가 보험연구원의 ‘2025년 보험산업 전망’을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때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은 생명보험사가 25%포인트, 손해보험사가 30%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K-ICS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부채가 증가하면 비율이 하락한다.

문제는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금리 인하 속도와 정도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며 “천천히 떨어지면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어 긍정적이겠지만 빨리 떨어진다면 보험업계 건전성이 나빠질 것이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지면 생보사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금리가 하락하면 자산과 부채 평가 가격이 올라가고 자본이 감소하는데 생보사는 손보사보다 부채 잔존만기(듀레이션)가 긴 장기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여기에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이 큰 보험사는 자본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진다. 이미 보험업계 K-ICS 비율은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떨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경과조치 적용 전 K-ICS비율은 201.5%로 전분기 대비 5.1%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생보사는 191.7%로 전분기 대비 8.3%포인트, 손보사는 215.6%로 전분기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올 상반기 K-ICS 가용자본은 260조 4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 8000억원 줄었다. 반면 요구자본은 119조 8000억원으로 2조 6000억원 증가했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금리위험 확대 등으로 시장 리스크가 1조 5000억원 증가한 게 이유다.

보험업계에선 자본성증권(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부족한 자본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 수익성 악화를 예상하는 상황에서 조달 비용이라도 줄여야 한다”며 “하지만 탄핵 정국으로 통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자본성증권 발행 시기와 시장환경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올 상반기 보험업계의 자본성증권 발행 잔액은 16조 5875억원, 평균 이자율은 5.33%, 이자 비용은 80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보험업계 순이익이 13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정책 변화·개선 실행 속도가 느려지면서 보험사의 부채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개혁회의에서 여러 가지 사항을 선정하고 실행한다”며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정책 노선의 변화, 개선을 위한 후속 작업이 많이 남아 있어 애초 예견했던 보험 회계 변화도 지체될 여지가 있다. 보험사의 부채관리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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