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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은 문 대통령 개헌안 처리 시한인 이날 오전 10시쯤 본회의를 열고 표결을 진행했지만 투표 성립에 한참 못 미치는 114명만이 참여해 이같이 투표 불성립이 선언됐다. 지난 1987년 10월 12일 개헌안(‘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현행 헌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30년 만에 발의된 개헌안에 대한 상정·표결이 이뤄졌지만, 정치권이 투표 성립 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3월 26일 국회에 접수된 문 대통령 개헌안은 이날까지 표결해야 한다. 헌법 130조는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당(113석)은 애초 예고한 대로 전원 본회의에 불참했다.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관영 의원·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이용주 평화당 원내수석부대표·헌정특위 평화당 간사인 김광수 의원·정의당(6석) 의원 전원 등은 본회의에 출석했지만, 자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찬성토론 뒤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은 낡은 헌법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도 없이 당리당략에 따라서만 지키려고 하는 호헌세력임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며 “역사적 책무를 저버린 야당에 대해서는 국민이 반드시 기억하고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야당 의원들이 위헌상태의 국민투표법을 논의조차 하지 않은 데 이어 개헌안 표결이라는 헌법적 절차마저 참여하지 않은 것은 헌법이 부과한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직무유기”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의 네 탓 공방과는 별개로 문 대통령이 통과가 안 될 것이 뻔한 개헌안을 철회하지 않고 밀어붙여 개헌 불씨를 꺼트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야4당의 공식 요구대로 개헌안을 철회했으면 최소한 헌정특위 활동기간이 남아 있는 오는 6월까지는 개헌논의가 충분히 이어졌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당 소속 김재경 헌정특위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30년 만에 맞은 개헌의 기회가 무산될 것 같다”며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처리되는 모양새도 우습게 되어 버렸다. 일방 강행과 불참이 충돌하면서, 대통령과 국회 다 모습이 말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안의 원맨쇼로 개헌 무대의 조명등이 꺼져가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