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국감’된 농식품부 국감, 시장격리 의무화 놓고 대립(종합)[2022국감]

민주당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식품부 반대 입장
쌀 공급 과잉 사태 책임 공방…벼 쏠림 현상 완화도 관건
분질미 활용한 가공산업 활성화, 전략적 직불제 등 거론
  • 등록 2022-10-04 오후 6:25:47

    수정 2022-10-04 오후 6:25:47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쌀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정감사에서도 화두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쌀 시장 격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벼 재배수요 쏠림 등 부작용이 크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쌀 수급 안정을 위한 타작물 재배 등 정책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고 갔으며 쌀 공급 과잉이라는 정책 실패에 대해서도 여야간 공방이 벌어졌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4일 오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황근 장관 “쌀 매입 의무화법, 부작용 클 것”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양곡법 개정안과 관련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하면 시장이 심대하게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며 “부작용이 크다고 생각하고 농업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다”고 밝혔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매년 일정 요건을 넘어서는 쌀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매입해 시장 격리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점 추진하는 법안이기도 하다.

이날 농해수위 국감에서는 쌀 수급 안정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주로 다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농민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의무화 법안이 필요하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쌀 가격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로 폭락했는데 (변동직불제가 없어지면서) 쌀 가격 지탱할 보루 없어졌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진단했고 같은당의 서삼석 의원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지역·연령별 등으로 1121명에게 물었는데(여론조사) 76%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설문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2011년 태국이 유사한 정책 추진했다가 쌀 생산이 공급 과잉돼 재정이 파탄, 나라 경제 거덜난 적이 있었다”고 말한 점이 논쟁거리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곤 의원은 “(우리와) 전혀 다른 사실에 근거해 국민을 호도했다”고 말했고 신정훈 의원도 “태국 사례를 민주당 양곡관리법과 동일시하는 시각은 대단히 위험스럽과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농해수위원장인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서실장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대통령에게 그렇게 전달된다”며 정보의 왜곡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위원장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 비서실장이 호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 장관도 “일반적으로 농업계 연구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태국 사례가) 익히 아는 내용으로 (본인도) 비슷한 생각 갖고 있다”고 말했다.

수급 안정 대책의 실기 등 쌀값 하락에 대한 책임 공방도 벌어졌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작년 이재명 대선 후보가 시장 격리를 제안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반대했다”며 “문정부가 잘못한 것을 윤정부가 뒤치다꺼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고 이양수 의원도 “문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역대급 쌀값 하락사태 왔다”며 지난 정부의 대책 실패를 지적했다.

지난 정부에서 실시했던 논의 타작물 재배 지원 정책이 끝나면서 재배 수요가 다시 쌀로 몰려 공급 과잉이 벌어졌다는 야당측 반박도 나왔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대 정부 중 유일하게 농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한 적이 없는 정부가 문재인 정부인데 이는 2018~2020년 시행한 논 타작물 재배 때문에 쌀값이 안정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타작불 재배 지원도) 영향이 있는데 당시 (쌀값 안정) 주요인은 흉작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정황근(오른쪽)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인중 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장관은 올해 쌀 과잉의 주된 이유를 지난해 상반기 공매로 꼽았다. 그는 “2018~2019년 흉작으로 시중 쌀이 부족해 정부가 31만t을 공매했는데 하반기 이후 풍작으로 이어지면서 (공급 과잉) 사태가 벌어졌다”며 “그래서 이번에 과감하게 공공비축 10만t을 늘렸고 45만t 격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아도는 쌀 어떻게…직불제 예산도 관심

남아도는 쌀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분질미(가루쌀)을 활용한 가공식품 활성화도 도마에 올랐다.

정 장관은 분질미로 식빵·카스테라 등을 만들면 식감 등이 달라 시장성이 어렵다는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일반쌀보다 10% 비싸게 계약재배해 이를 이용하는 제과·제빵업체가 전국에 12곳 있다”며 “(본인도) 여러 번 먹어봤기 때문에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또 “올해 500t(톤)을 수확하면 약 100t을 제분업체, 가공업체와 함께 레시피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벼 재배수요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직불제를 도입해 타작물 재배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장관은 이날 인사말에서 “중장기로 쌀이 수급 균형을 이루고 밥쌀 재배면적 감축과 국내 수요가 많은 가루쌀·밀·콩 생산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도록 전략작물직불제 등을 도입하고, 쌀 소비 확대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공익직불제 예산의 증액 실현 여부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익직불제 예산을 5조원으로 이전보다 두배 증액한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5년 내 2조5000억원의 예산 증액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나온 것이다.

정 장관은 직불제 예산 5조원 달성 계획을 묻는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올해도 4000억원 가까이 늘어나는 등 (사각지대 보완을) 담을 수 있는 것을 담았다”며 “연말까지 (공익직불제 예산 5조원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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