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2만 대 1500'..서병수의 '고무줄' 유세 인파

서 후보측, 3일 부산 서면 유세 인원 2만명 추산
경찰 "최대 3000명이 모일 수 있는 곳인데…"
  • 등록 2018-06-04 오후 5:20:25

    수정 2018-06-04 오후 5:20:25

3일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린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의 집중 유세에 시민들이 모여 있다. (사진=서병수 후보 캠프)
[부산=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2만명 대 1500명. 3일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의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 집중 유세에 모인 인파를 주최 측과 경찰 측은 이처럼 열세 배가량 차이 나게 추산했다. 선거운동기간 세를 과시하기 위해 인원을 부풀리는 일이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무기관인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현장취재기자에게 언론이 알아서 판단해 달라고 책임을 미뤘다.

4일 서 후보 측은 전날 서면 집중 유세 직후 낸 보도자료에 2만명이란 참가 인원을 제목과 본문에 못 박았다. 이는 오거돈 민주당 후보 측이 지난 2일 같은 장소에서 연 집회에 1만 2000명이 운집했다고 밝힌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서 후보 측 박상헌 대변인은 “어제 (오 후보 측) 집회보다 두세 배 많이 모였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단언했다. 사실 이는 현장에서 만난 서 후보 측 관계자가 경찰의 전언 형식을 빌려 ‘8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하던 것에 비해선 현실적인 수치이기는 하다.

하지만 2만명이란 추산 인원 역시 믿기 어렵다는 데는 현장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공감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가장 인파가 몰린 오후 7시 기준 1500명이 자리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일대에 인파가 발 디딜 틈 없이 완벽히 가득 들어차더라도 고작 3000명이 모일 수 있다”며 “8만명, 2만명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까지 했다. 집회 주변을 걷고 있던 한 30대 남성은 “생각보다 많이 모인 것은 맞는다”면서도 “언뜻 봐도 만명을 넘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서 후보 연설이 한창인 오후 7시 반쯤 유세차량 주변을 둘러보니 CGV 대한 앞 사거리 주변에는 병목현상이 생길 정도로 빼곡히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불과 몇 발짝 더 걸으면 거리 한가운데 줄지어 앉아 있는 한국당 후보 측 선거운동원을 제외하면 양옆 거리는 통행이 원활했다. 특히 서 후보가 약 30분이 넘는 장시간 연설을 하면서 막바지에는 서 후보 측 유세차량에 설치된 화면으로도 빈자리가 눈에 뜨일 만큼 사람이 줄었다.

물론 서 후보 측 추산을 폭넓게 해석해 약 2시간가량 진행한 집중유세 동안 쥬디스태화 일대 거리를 오간 연인원을 모두 포함한다면 2만명에 근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지난 2016년 촛불집회 당시 한국당이 연인원을 세는 방식을 놓고 ‘뻥튀기’라 비판한 것과 모순되는 언행이라 지적했다.

오 후보 측은 “서 후보 측이 희망사항을 보도자료에 썼나 보다”며 “구태의연한 세싸움에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한편 부산 진 경찰서는 참가 인원과 관련한 물음에 불필요하게 선거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 유세 현장 인원을 세지도 이를 언론에 공표하지도 않는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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