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Drive]글로벌 큰손 등극한 '무바달라'…국내도 자금조달 기대

글로벌 투자 대폭 늘린 UAE 기조에 무바달라 1위 등극
사우디 PIF는 자국 투자에 집중해 전체 투자비용 줄어
돈 푸는 무바달라에 국내서도 자금조달 기대감 상승
  • 등록 2025-01-06 오후 9:36:54

    수정 2025-01-06 오후 9:36:54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세계 최대 국부펀드가 즐비한 중동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오일 드라이브(Drive)’는 중동 투자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오일머니에 뛰어드는 글로벌 투자사들의 이야기와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신기술 기반 투자에 집중하려는 중동 현지의 소식을 모두 다룹니다. 국내 기업의 중동 자본 투자유치 소식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아랍에미리트(UAE)가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세계 최대 큰손’ 타이틀을 빼앗았다. UAE 3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무바달라가 지난해 전 세계 국부펀드 중 가장 큰 투자금액을 지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투자한 국부펀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UAE 정부 정책에 따라 무바달라가 올해도 상당한 자본을 글로벌 기업에 풀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자본시장 관계자들도 덩달아 자금조달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6일 국부펀드 리서치 기관 글로벌 국부펀드(SWF)에 따르면 지난해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 투자공사가 전 세계 국부펀드 중에서 투자액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바달라의 지난해 투자금은 292억달러(약 42조 7897억원)로 이는 전년 175억달러(약 25조 6445억원) 대비 67%나 급증한 수치다. 반면 지난해 전 세계 국부펀드 평균 투자액 증가율은 7%에 불과했다.

무바달라는 UAE가 펼치는 경제 다각화 정책에 기여하고, 국내총생산(GDP)에서 비석유 비중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산업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무바달라는 아부다비투자공사(ADIC), 무바달라 캐피탈,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 기술 투자 회사인 MGX 등 자회사들을 통해 투자 영역을 확장했다. 무바달라는 아웃바운드 투자로 에너지, 석유화학, 생명과학,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하고, 인바운드 투자로는 스마트 시티, 교육, 금융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

무바달라가 투자금을 늘리고 글로벌 영향력을 키울 때 2023년 1위를 차지했던 사우디 PIF는 오히려 지출을 줄였다. PIF의 지난해 투자금은 200억달러(약 29조 3040억원)로 전년 316억달러(약 46조 3003억원) 대비 쪼그라들었다. SWF는 PIF가 지난해 글로벌 투자 대신 국내 투자에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중심이 돼 펼쳐지는 비전 2030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자국 인프라 프로젝트 위주의 투자가 이뤄졌던 까닭이다.

이와 달리 지난해 무바달라의 글로벌 투자 중 85%가 선진국 시장에서 이뤄졌다. 현지 전문가들은 “UAE가 국부펀드의 재정 파워를 사용해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정부, 기업, 기관과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수익을 거두기 위함도 있지만,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키우려는 전략적인 행보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무바달라는 지난 12월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아폴로)와 2022년 체결한 수십억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는 평가다. 무바달라는 이외에도 일본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중국에서 제약·바이오 사업에 투자하며 아시아 시장 공략 행보를 보였다.

올해도 UAE의 글로벌 투자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라 국내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히 중소벤처 분야에서의 투자와 협력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국내 최대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COMEUP) 2024에 참석한 알리아 압둘라 알마즈루이 UAE 경제부 창업담당관은 양국 정부 주도의 협력이 끈끈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협력 강화가 중소벤처기업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중순 방한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국부펀드를 통해 300억달러(약 41조원) 중 60억달러(약 8조원)를 투자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국내 GP와 스타트업, 기업 사이에서 UAE 국부펀드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업계 한 관계자는 “사우디에서 활동하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UAE 진출하거나, 반대로 UAE에서 활동하다가 중동 곳곳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벤처 관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2030년을 목표로 UAE 정부가 글로벌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한 만큼 불안정한 국내 정세에도 다양한 자본시장 관계자가 현지에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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