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45년 만의 이례적인 비상계엄 사태에 고액 자산가들이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은행 프라이빗뱅커(PB)에게 앞으로의 시장 전망을 문의하는 등 ‘안갯속 투자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자산가들은 신규 투자나 자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자산 편입 비중 재조정)보다는 시황을 지켜보며 ‘관망 모드’로 전환했다. 주요 은행 PB들은 “현금 등 고유동성 자산을 늘리는 것 외에 자산가 고객들이 대체로 차분하게 시장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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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주요 시중은행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후 금융시장이 열린 첫날 은행 PB는 시황을 묻는 고액 자산가의 문의 전화를 평소보다 더 많이 받으며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한 시중은행 고액자산가 특화 자산관리(WM)지점 센터장은 “고액자산가 고객들이 담당 PB에 전화로 시장 상황, 불확실성 요인, 전망 등을 많이 묻고 있다”며 “본부에서도 고객 응대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PB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고액자산가 WM 특화점포 본부장은 “전례 없는 경험을 했지만 자산가 고객이 당장 리밸런싱을 원하거나 안전자산을 확보하겠다는 조급함은 많이 없다”며 “PB팀장, 지점장에게 시장 상황을 묻는 전화가 대다수였다”고 설명했다.
자산가 고객들은 계엄 이슈 이후 리밸런싱보다는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엄 이슈와 관련해 특별히 리밸런싱을 문의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최근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에 대한 문의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금에 대한 현장 수요 역시 급증한 것은 아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안전자산 확보에 대한 것도 문의만 많이 오고 있지 실제로 추가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리밸런싱이 활발한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고유동성 자산에 대한 수요는 늘었다. 시중은행 PB팀장은 “고액자산가들은 시황을 보면서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한 유동성 자산을 확보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며 “돈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찾을 수 있게 투자상품보다는 은행예금이나 현금 수요가 늘었다”고 했다.
실제 WM 전문가들도 지금 당장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보다는 관망을 추천하고 있다. 시중은행 WM지점장은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자산을 재조정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며 “섣부르게 움직이는 것보다는 시장 추이를 조금 더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PB팀장은 “자산을 이미 형성한 고액자산가들은 무리해서 더 투자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절세나 증여 등에 더 관심이 많다”며 “자산을 형성한 고객들은 시류에 좀 덜 휩쓸리고 오히려 자산을 축적하려는 젊은 고객들의 고민이 더 크다”고 했다.
각 은행에서도 고객 자산관리 리스크를 점검하고 고객 안내를 강화했다. 신한은행 WM부문에서는 PB팀장 등을 대상으로 시황에 대한 긴급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금일 이슈 관련 시황 점검’ 긴급 문자를 발송하는 등 응대를 강화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했다 국회의 의결로 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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