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인 중국 인민은행의 디지털 화폐. (사진=웨이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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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글로벌 ‘디지털 화폐’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달러 패권을 흔들기 위한 방편으로 법정 디지털 화폐(CBDC) 도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발 뒤로 물러나 있던 유럽과 일본이 참전 의지를 밝히면서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2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최한 화상 연례총회에서 “디지털 유로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CB는 늦어도 내년 중반께 디지털 유로 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도 이날 국제금융협회(IIF) 화상 총회에 참석해 “디지털 엔 실험을 내년 봄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준기축통화국이자 현금 사용이 많은 유럽과 일본은 CBDC 도입에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작년 6월 페이스북이 달러, 유로화 등과 일정비율로 교환할 수 있는 가상화폐 리브라 발행 계획을 공개한데 이어 한달 뒤 중국 인민은행이 CBDC 발행을 공식화하면서 CBDC 발행 필요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앞세워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유로, 엔, 파운드 등 준기축통화 지위가 먼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금융거래가 급증하면서 디지털 화폐의 필요성과 수요가 급증하자 결국 뒤늦게 CBDC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이날 중국은 그간 물밑에서 추진해오던 CBDC를 전격 공개, 운영 시험에 나섰다. 미국이 달러 중심의 국제결제망에서 중국을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어떻게든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 달러 중심의 현 국제경제 시스템을 흔들겠다는 게 중국의 속셈이다.
김보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준기축통화국들은 중국 CBDC와 민간 디지털 통화가 실제 쓰일 경우 현재 자국 통화의 위상이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뜻하지 않은 코로나19로 CBDC 논의가 더 활발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