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무상교육]정부, 단계적 추진…'도서벽지' Vs '1학년부터'

교육부, 단계별 고교 무상교육 정책연구 중
결국 재정 마련이 100% 무상교육 성패 좌우
전문가 "누리과정 사태 반면교사 삼아야"
  • 등록 2018-06-07 오후 6:02:46

    수정 2018-06-08 오전 8:08:21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등학교 무상교육 공약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통령 선거 당시 2020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단계별로 도입해 2022년에는 초·중·고 100% 무상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방선거에서도 이슈로 부상하면서 고교 무상교육 정책은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정책 연구를 진행해 오는 12월 구체적인 고교 무상교육 계획을 발표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올해 초 교육부 업무계획을 내놓으면서 하반기까지 고교 무상교육 도입을 위한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최대 난제는 예산이다. 전문가들은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공염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도서벽지부터? 고교 1학년부터?…단계별 무상교육 확대 구상

지난 2013년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고교 무상교육 실행방안 연구 보고서’를 내고 고교 무상교육 지원범위부터 지역별·학교유형별·학년별 단계적 확대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 연구 보고서는 앞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고교 무상교육 정책 연구결과로 만들어졌다. 당시 박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법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없던 일이 됐다. 고교 무상교육을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발의했지만 19대 국회 내내 표류하다가 자동 폐기됐다.

이 연구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향후 교육부 단계별 고교 무상교육 정책에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 밝힌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고교 무상교육 지원범위에 수업료는 기본으로 속해 있다. 교통비 역시 상당수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교과서를 비롯한 교재비용은 의무교육 여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국내에서 무상교육을 시행할 경우 입학금과 수업료·학교운영비를 지원해야 하고, 여기에 교과서 대금까지 포함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교과서 대금을 지원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실질적으로 교육비를 경감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으로 4가지 방안이 담겼다. 중학교 의무교육 확대 과정처럼 도시 규모별로 도서벽지→읍면지역→일반 중소도시→특별시·광역시 순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혹은 학교 운영지원비 지원 시기를 조정해 특성화고와 읍·면·도서벽지 →도시·일반고 1학년 →도시·일반고 2학년 →도시·일반고 3학년 순서로 학년별·학교유형별로 구분하는 방안, 도서벽시·읍면→도시 1학년 →도시 2학년→도시 3학년으로 지역·학년별 구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지방교육재정연구센터소장은 “무상교육 시행을 앞두고 단계별 방안을 찾으면서 시행 첫해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자료=한국교육개발원


교부율 인상·국고 투입 필요…누리과정 사태 재현 우려

고교 무상교육에 필요한 추가 재원은 연간 약 2조 2200억원에서 2조 27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자율형사립고와 사립 특수목적고 등을 제외한 고등학교의 수업료·입학금·학교운영지원비·교과서 대금 등을 포함한 수치다.

단기간에 2조원이 넘는 대규모의 예산이 필요한 고교 무상교육 정책은 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중앙정부가 시·도교육청에 주는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예산까지 쓰기엔 역부족이다. 교부금의 재원은 당해연도 내국세 총액의 20.27%로 교부율이 정해져 있어 추가 재원 확보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재원 마련 계획없이 고교 무상교육을 강행할 경우 과거 누리과정 사태를 재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2012년 정부는 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으로 제공하는 교육·보육 과정인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재원을 교부금에서 충당하도록 했다. 당시 정부와 교육청이 예산을 놓고 상당한 마찰을 빚었다. 이후 지난해부터 2019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교육부 유아교육지원 특별회계를 만들어 가까스로 예산을 확보해 운영 중이다.

이 소장은 “고교 무상교육은 대규모의 재정이 필요한 사업으로, 재원 확보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누리과정 특별회계 역시 내년이면 종료된다”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교부율을 높여야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기재부에서 교부율 높이는 것에 난색을 보이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누리과정처럼 별도의 특별 회계를 만드는 것도 고려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 교수는 “추가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확보하지 않고 무턱대고 고교까지 무상교육을 확대할 경우 교육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누리과정을 확대해 시도교육감이 대거 반발했던 사례를 비춰봤을 때 고교 무상교육 정책 역시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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