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망천’ 손해배상 소송…승소 가능성은 ‘희박’

소송 참여 인천시민 500명 육박…613명 되면 소송
피해자 특정 어려워…강용석-아나운서協 사례 유사
소송인단 “분열의 정치 행태에 경종 울릴 것”
  • 등록 2018-06-19 오후 8:44:48

    수정 2018-06-19 오후 8:44:48

정의당 인천 지방의원 후보들이 9일 인천지검에서 정태옥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정태옥 전 한국당 대변인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발언 파문이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인천시민들이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법원 판례 등을 고려해볼 때 승소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소송인단을 모집 중인 신길웅 전 정의당 인천시의원 후보에 따르면 19일 현재 500여명의 인천시민이 소송 참여의사를 밝혀 목표치인 613명(6.13지방선거 의미)에 근접했다. 소송인단은 613명이 모이는 대로 1인당 100만원씩 모두 6억1300만원을 청구하는 손배소를 제기할 계획이다.

앞서 정 전 대변인은 지난 7일 방송에 출연 “양천구 목동 같은 데서 잘 살다가 이혼 한번 하거나 하면 부천 정도로 간다”며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저기 인천 중구나 남구나 이런 쪽으로 간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신 전 후보 측은 정 전 대변인의 발언으로 300만 인천시민들이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고 또 인천시의 가치를 떨어뜨려 향후 경제적 피해도 예상되는 점을 손해배상 근거로 들었다. 또 정 전 대변인의 발언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 전 대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원고(인천시민)가 있고, 피고(정태옥 전 대변인)를 정확하게 지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일단 원고와 피고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승소 가능성이다. 손해배상 소송은 사회상규에 반할 정도의 위법행위가 있고, 이로 인해 정신·물질적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또 위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인 또는 소수 특정집단은 가능하나 ‘서울시민’, ‘경찰관’, ‘선생’ 같은 포괄적인 표현은 모욕 또는 명예훼손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 전 대변인이 말한 ‘인천’ 역시 매우 포괄적인 표현에 해당하기에 인정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과 가장 유사한 사례는 강용석 전 의원과 한국아나운서협회 간의 손해배상 소송이다. 강 전 의원은 2010년 ‘아나운서는 모든 것을 다 줘야한다’는 성적 발언을 했다가 아나운서협회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강 의원이 발언이 최소 700~800명 여자 아나운서를 특정했다고 하기에는 수가 너무 많다’며 기각했고, 소송은 양측이 합의하면서 끝났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인천’은 너무 포괄적이라 피해를 입은 이를 정확하게 특정하기 어렵다”며 “훨씬 대상이 좁은 ‘아나운서’도 인정되지 않았는데 ‘인천’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인천 시민들이 어떤 정신적인 손해를 받았는지 증명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의원(사진 = 연합뉴스)
같은 맥락에서 정 전 의원을 상대로 한 형사 고소고발 역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 앞서 법원은 아나운서협회가 강 전 의원을 모욕죄로 형사고발한 사건에 대해 최종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은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송인단 역시 재판 결과보다는 메시지 전달과 공익적 목적에 무게를 싣겠다는 입장이다. 소송을 주도하는 신 전 후보는 “정치인들의 지역주의 발언과 막말 등 분열의 정치를 야기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패할 경우 소송인단은 법원에 내는 인지대와 대신 내줘야 하는 정 전 대변인 측의 변호사 비용을 포함해 1인당 2만5000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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