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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가 한·중관계를 항상 신경쓰고 있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고위급 협의와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한·중) 고위급 대화가 빨라지고 잦아지고 깊어진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양국이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통상협력 그리고 인적·문화적 교류 이런 것들에 의해 구체적으로 성과를 만들어갈 생각”이라고도 했다.
최근 한·중은 빠르게 거리를 좁히고 있다. 중국은 이달 초 한국인에 대한 단기 무비자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또한 한국이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주중 대사로 내정한 데 화답하듯 4개월째 공석이던 주한 중국 대사에 전임자보다 중량급으로 평가되는 다이빙 주유엔 중국 부대표를 내정했다.
미·중 관계에 관한 윤 대통령 발언도 눈 여겨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18일 보도된 브라질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그 과정에서 한국은 미·중 양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며 “한국에 있어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가 미국 중심 가치외교에서 미·중 균형 외교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년 반 동안 우리의 (외교) 전략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며 “이념외교에서 실용외교로 바뀌었느냐는 질문은 맞지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문제는 동맹국인 미국과 가장 깊이 먼저 논의해야 하고 그런 현안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관계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호혜적으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서로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시대 앞둔 中, 한국에 유화공세
여기에 최근 국제정세 변화도 한·중 간 거리를 좁히고 있다. 내년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 행정부보다 더욱 강경한 대중 정책을 예고하면서 중국으로선 우군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 한국으로서도 한·중 관계 개선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스트롱맨 외교’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할 수 있다. 또한 북·중 관계가 냉랭한 상황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유착하는 상황 역시 중국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최근 2~3년간보다 앞으로 한·중 관계는 상대적으로 열려 있고 활발하게 전개되는 추세로 갈 것”이라며 “옛날처럼 전면적인 한·중 관계 개선이나 발전은 쉽지 않겠지만 협력 가능한 공간을 찾고 그 공간 내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식은 많이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지금 상황은 중국의 유화 공세가 있고 한국이 거부하지 않는 분위기”라면서도 “본격적으로 트럼프 시대가 시작되고 트럼프가 한국에 관해서 이런저런 요구를 한다면 어려움에 부닥칠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