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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대선 불복’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대선 결과를 최종 판가름할 대법원의 구도는 양당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 만큼, 사활을 건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능 있고 훌륭한 여성을 후보로 지명할 것”이라고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대선 승리 땐 지명을 철회할 것”이라고 맞받은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등 양당 간 파열음은 말 그대로 살얼음판 위에 얹힌 분위기다.
대선 전 대법관 지명 두고 트럼프·바이든 격돌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 전 연방대법관들의 이념 성향은 ‘보수 5 대(對) 진보 4’의 구도였다. 만약 후임으로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들어오게 되면 ‘6 대 3’으로 보수가 절대적 우위를 점하게 된다. 대법관은 종신직인 만큼 상당 기간 미 대법원은 보수 색채를 띨 수밖에 없다.
의료보험·이민 등 미국 내 이념적 정책 갈등이 주로 대법원의 판결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어떻게든 대선 전 후임 인선을 시작해 첫 임기 내 마무리하려는 심산이다.
역대 대법관 인준에 걸린 시간은 평균 71일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상원이 마음만 먹는다면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새 대통령과 상원이 출범하기 전인 내년 초까지 인준을 마무리할 시간은 충분하다.
같은 이유로 민주당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무조건 저지해야 하는 처지다. 바이든 후보는 20일(현지시간) “내가 당선되면 트럼프의 후임 대법관 지명을 철회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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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반란표·민주당 지지층 결집 후폭풍 ‘변수’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임명 강행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일부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일단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메인주)·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주) 상원의원은 인준 절차를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이 4년 전인 2016년 안토닌 스칼라 대법관 별세 이후 빈자리를 채우는 데 반대했었던 만큼, 이번에도 똑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아직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던 밋 롬니(유타주) 상원의원이나 코리 가드너(콜로라도주) 상원의원이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상원은 공화·민주 양당이 각각 53석·47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공화당 내 반란표가 4명 이상일 경우 인준 자체가 물거품 될 수 있다.
여론의 움직임도 변수다. 로이터통신·입소스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62%는 이번 대선의 승자가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을 지명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인준을 밀어붙일 경우 민주당 지지층만 결집시켜 주는 상황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긴즈버그 대법관 별세 이후 불과 28시간 만에 민주당 온라인 모금 플랫폼 ‘액트블루’에 쌓인 모금액이 9100만달러(약 1054억원)를 집계, 역대 최다를 기록한 점도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