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진단키트 40여개사 무더기 신청…씨젠 독주 계속될까?

코로나 진단키트 제조사 씨젠, 연초 대비 주가 103%↑
해외 수출 기대도 커…올해 사상 최대 실적 전망
너무 많이 오른 주가·경쟁사 등장은 부담
  • 등록 2020-03-09 오후 7:16:13

    수정 2020-03-10 오전 11:30:01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국내 증권시장 상장회사 중 유일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키트 생산 업체인 씨젠(096530) 주가가 연일 급등세다. 실적 성장 기대감이 크고 여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유명세까지 치르고 있어서다. 그러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데 따른 부담과 경쟁 사업자 등장 등으로 가격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씨젠 주가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29.89%(1만4450원) 오른 6만280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가 일일 가격 상승 제한 폭(30%)까지 오르며 지난주 금요일부터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다.

씨젠은 DNA·RNA 등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의 원인을 감별하는 분자 진단시약 개발·제조 업체다. 엑스레이(X-ray)·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통해 몸 안을 들여다보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의 침과 혈액 등 인체에서 나온 검체에 화학 물질(시약)을 결합해 유전자 안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있는지 검사하는 것이다.

씨젠은 앞서 지난달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회사가 만든 코로나19 진단시약과 진단기기 등 진단키트의 사용을 승인하면서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식약처가 긴급 사용 승인을 내린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사 4개 중 상장사는 씨젠 1곳뿐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매출·영업이익·순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꾸준히 성장해 왔다. 여기에 국내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주로 공급하는 독과점 사업자라는 점과 그로 인한 실적 개선 기대감, 회사의 긍정적인 이미지 등이 최근 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씨젠 주가는 연초(1월 2일 종가 3만950원)보다 무려 103% 급등한 상태다.

씨젠 관계자는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경우 현재 회사가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최대치인 10만 회 테스트 물량을 만들어 공급 중”이라며 “대부분 국내에서 사용하지만 해외에도 일부 물량을 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씨젠은 지난 2월 초 유럽에서도 코로나19 진단시약 인증을 받았다. 진단시약의 판매 가격은 1회 테스트 물량당 5000~1만원 내외로, 판매가에서 원가를 뺀 마진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등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늘고 있는 유럽 국가로의 진단키트 수출 확대와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최근 두어 달 사이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은 부담이다. 금융 정보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씨젠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7.1배로, 글로벌 체외 진단업체 평균 PER인 31.3배를 크게 넘어선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이 47배라는 것은 1년 뒤 1주당 1원을 벌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의 현재 주가가 47원이라는 의미로, 이 수치가 업계 평균을 웃돈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가 실적 대비 높다는 이야기다.

씨젠 주식의 대차 거래 계약을 체결한 잔고 주식 수도 지난 6일 현재 약 451만 주, 잔고액은 2181억원에 이른다. 수수료 등을 내고 주식을 빌려서 팔려는 잠재 공매도 물량이 대거 대기 중인 셈이다. 공매도는 주식 매도 물량을 늘려 주가를 끌어내리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경쟁 사업자도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말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국내 사용 승인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씨젠 등 정부 허가를 받은 기존 4개 회사 외에 38개사가 추가로 승인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씨젠은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에 힙입어 올해도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올해 1분기(1~3월) 경영 실적이 나와야 적정 밸류에이션(회사의 실적 대비 주가 수준) 평가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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