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13]부·울·경, 보수 이미지 벗었다

민주당, 기초단체장 총 39곳 중 25곳 석권
부산·울산서 23년 만 첫 기초단체장 배출
'경남 정치 1번지' 창원시장 승리도 쾌거
  • 등록 2018-06-14 오후 5:25:37

    수정 2018-06-14 오후 8:39:14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6.13지방선거에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이 1990년 3당 합당 이후 고착화된 보수 이미지를 벗었다. 자치단체장을 선거로 뽑기 시작한 1995년 이후 23년간 진보 성향 후보들은 부·울·경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울·경 기초단체 총 39군데 가운데 64%에 달하는 25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자유한국당은 12곳에 그쳤다. 무소속 후보는 2곳에서 당선됐다. 특히 울산에선 민주당이 구청장·군수 다섯 자리를 말 그대로 싹쓸이했다. 부산도 파란 물결로 뒤덮였다. 구청장·군수 16명 중 민주당 소속이 무려 13명이다.

4년 전과는 전혀 딴판이다. 당시에는 부·울·경 기초단체장 당선자 39명 중 34명이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 속해 있었다.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시장이 유일했다. 부산과 울산에는 민주당 간판으로 기초단체장에 당선된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민주당은 부산과 울산 시의회도 장악했다. 민주당은 42개 부산시의원 지역구 선거에서 38곳을 승리했다. 또 울산시의원 선거구 19군데 중 15곳을 석권했다. 이들 역시 4년 전에는 민주당이 한 석도 가져가지 못했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 같은 기대 이상의 성과에 놀라워하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 막판까지 ‘절반 이상’ 승리를 기대했을 뿐이다. 압승의 비결은 구도와 이슈에서 민주당이 앞섰다는 평가다. 예컨대 20대 총선에서 부산 지역구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독수리 5형제’를 자처하며 남구, 연제구, 부산진구, 사하구 등에서 ‘파란’을 견인했다. 또 영도구, 북구, 강서구에선 보수표가 갈라진 것이 민주당 후보들에게는 호재가 됐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와 경남에서 나고 부산에서 자란 문재인 대통령의 압도적인 인기도 빼놓을 수 없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말실수에 대해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그렇다”며 지역 폄하 발언 논란을 일으킨 점도 부·울·경 민심 이반에 한몫했다.

압승을 거둔 부산·울산과 달리 경남은 민주당이 약진했지만 한국당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경남의 18개 기초단체장 중 10곳을 지켜냈다. 4년 전에는 17곳에서 승리했다. 전통적 보수층이 밀집된 진주, 사천, 의령, 함안 등 서부경남 지역에서는 한국당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반면 민주당은 양산, 고성, 통영 등 동부경남을 따내며 소속 기초단체장 수를 1명에서 7명으로 불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민주당은 경남 ‘정치 1번지’ 창원에서의 승리에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 술에 배부르냐’는 속담을 인용하며 “점차 서부경남에서도 보수 잔재가 허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재호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 같은 선거 결과와 관련해 “지난 1년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홍준표 대표에 대한 심판이 결합돼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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