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13]시너지? 정체성?..선거 참패로 좌표잃은 바른미래

14일 유승민 대표직 사퇴밝혀
전날 지방선거 참패 후유증..쇄신 불가피
국민의당-바른정당 화학 결합도 과제
  • 등록 2018-06-14 오후 6:13:39

    수정 2018-06-14 오후 6:13:39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및 재보궐 선거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 사퇴하겠다고 밝힌 뒤 엘리베이터에 올라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6·13 지방선거에 참패한 바른미래당이 수렁에 빠졌다. 애초 지방선거 선전을 목표로 추진된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통합이었다. 그러나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서 좌표를 상실했다. 오히려 양 당의 정체성이 섞이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당의 존립을 두고 진정한 시험대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14일 “국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분간 정치적 공백기를 가질 계획이다. 바른미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광역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재보선 선거 역시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당력을 집중했던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도 박원순·김문수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안 후보와 당이 모두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다. 출구조사를 확인한 직후 박주선 공동대표는 “칠흑같이 어두운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유 공동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지역에서도 고전했다. 김형기 대구시장 후보·권오을 경북지사 후보 모두 의미있는 득표율을 얻지 못하고 3위를 기록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 낀 ‘원내 3당’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유 공동대표는 바른미래당 패배원인으로 ‘정체성 혼란’을 첫 손에 꼽았다.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 세력’의 만남을 창당정신으로 삼았으나 유 후보가 ‘개혁보수’를 강조할 때마다 박주선·김동철 등 호남 중진 의원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같은 혼란은 안철수·김문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호남 의원들은 단일화 자체를 “수구 구태 보수와의 논의”로 규정하고 맹비난했다. 이 같은 성향 차이로 인한 마찰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벌써 바른미래당의 미래를 둘러싼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 일단 새 지도부를 꾸리는 것이 급선무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거나 전당대회를 치러 새 대표를 선출할 수도 있다. 비대위원장의 경우 내부 인사를 추대할 수도, 외부인사를 영입할 수도 있다.

어떤 과정을 택하든 국민의당·바른정당 출신의 기싸움이 예고된다. 이미 양 측은 선거과정에서 사사건건 부딪히며 감정이 많이 상한 상태다. 당장 박주선 공동대표와 손학규 중앙선거대책위원장,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등이 15일 오찬하며 지도체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합의 여부는 미지수다.

일부에선 국민의당·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다시 쪼개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한다.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각자도생’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호남 중진·비례의원으로 이뤄진 국민의당 출신은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으로, 과거 새누리당 출신인 바른정당 출신은 다시 한국당으로 각각 흡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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