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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접전을 벌이면서 일각에선 ‘붉은 신기루’(red mirage·개표 초기 공화당이 우세하다가 개표가 진행될수록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는 현상) 등을 관측했으나 개표 초기부터 전국 단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한 흐름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의 모든 지역에서 4년 전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보여줬다고 짚었다. 로이터 자체 분석 결과 이날 오전 12시30분 전국 단위 약 50% 개표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특표율은 4년 전과 비교해 약 2%포인트 상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교외 지역과 농촌 지역은 물론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일부 대도시에서도 득표율이 올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도시와 교외 유권자들을 공략했으나, 이들 지역에서의 지지율은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 훨씬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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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현안도 영향을 미쳤다. 에디슨은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31%가 최우선 현안으로 경제를 꼽았다고 전했다. 해당 유권자들의 7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전국 유권자의 약 45%는 가계의 재정 상황이 4년 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답했는데, 이들 중 8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에디슨은 전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와 대대적인 감세라는 노골적이면서 거친 트럼프의 메시지가 저소득층은 물론 고소득층까지 사로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젠더 이슈에서 아직은 보수적인 미국 사회, 민주당 행정부에 대한 실망감, 해리스 부통령의 뚜렷한 정책 부재 등도 이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요인으로 꼽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승리’ 보단 ‘민주당의 패배’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미국 정치의 역사를 살펴보면 때때로 유권자들이 정치적으로 재편성(realignment)된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정치적인 올바름에 집착한 나머지 노동자, 흑인, 히스패닉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실제 AP가 전국 11만5000여명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민주당 기반이었던 흑인 유권자와 히스패닉계,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 성향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집토끼’들의 마음을 일부 돌려놨지만 이번 대선에서 “너무 진보적인 나머지” 민주당이 패배했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